사랑은 나를 떠나도 차는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한다는 말의 허상
"그렇게 나를 못 믿으면 헤어져"
끝내 나는 화를 내고, 그녀 집에서 나왔다
순간 쐐했다
자동차키를 그녀 집에 놓고 온 것이다
다시 초인종을 누르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방금 헤어지자고 큰소리쳤는데, 자동차키 놓고 왔으니
잠깐만 문 열어달라고 비굴하게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하면 분명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오빠는 지금 이 순간도 나보다 차가 더 중요하지?"
그녀도 중요하고, 차도 중요하다
모두 소중하다
모두 중요하다라는 범인류애적인 생각을 하면 안되는가?
비교를 해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꼭 결정해야하나?
그리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종 선택은
항상 그녀야만했다
차를 버려야 하나?
지금 최선의 방법은 차른 버리는 것이다
이대로 집에 가면 어떻게 그냥가냐고 하며 헤어질 것이고
자동차키를 달라고 해도 나보다 차가 더 소중하다며
헤어질 것이다
일단 집으로 걸어갔다
집에 다 왔을 때쯤
그녀와 다시 만나야 할 이유를 찾았다
차를 버리기에는 할부금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그녀도 소중하지만,
내가 견뎌내야 할 재무적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차 없이 다음 연애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점점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라는
깨달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여기에서부터 우리 사랑이 가벼워진 것 같다
평생 함께 할 것만 같았지만
몇 번 사소한 일로 싸우다 보니
(정작 그녀는 사소하다고 생각 안 하겠지만)
자기방어적인 생각과 행동이 커져갔다
그런데 사랑에 가벼움이 있을까?
무거운 사랑은 진심이라서 결혼까지 가는가?
사랑의 가벼움과 무거움은 누가 결정하는가?
안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목숨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았다
가벼운 사랑을 했다기보다는
그저 나는 나를 더 사랑한 것이다
아니 내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너
너를 나보다 더 사랑해
이런 말들은 진짜 사실일까?
아니면 듣기 좋아라 하는 말일까?
불편한 진실이다
결국 다음날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우리의 사랑도 찾고, 차도 다시 찾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는 현재 내 곁에 없지만
그 차는 아직도 내 곁에 남아있다
그날 내가 찾은 것은 사랑이 아닌
내가 살아남을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