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gito Feb 09. 2024

사랑은 나를 떠나도 차는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한다는 말의 허상

"그렇게 나를 못 믿으면 헤어져"

끝내 나는 화를 내고, 그녀 집에서 나왔다

순간 쐐했다

자동차키를 그녀 집에 놓고 온 것이다

다시 초인종을 누르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방금 헤어지자고 큰소리쳤는데, 자동차키 놓고 왔으니

잠깐만 문 열어달라고 비굴하게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하면 분명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오빠는 지금 이 순간도 나보다 차가 더 중요하지?"


그녀도 중요하고, 차도 중요하다

모두 소중하다

모두 중요하다라는 범인류애적인 생각을 하면 안되는가?

비교를 해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꼭 결정해야하나?

그리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종 선택은

항상 그녀야만했다


차를 버려야 하나?

지금 최선의 방법은 차른 버리는 것이다

이대로 집에 가면 어떻게 그냥가냐고 하며 헤어질 것이고

자동차키를 달라고 해도 나보다 차가 더 소중하다며

헤어질 것이다

일단 집으로 걸어갔다


집에 다 왔을 때쯤

그녀와 다시 만나야 할 이유를 찾았다

차를 버리기에는 할부금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그녀도 소중하지만,

내가 견뎌내야 할 재무적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차 없이 다음 연애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점점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라는

깨달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여기에서부터 우리 사랑이 가벼워진 것 같다

평생 함께 할 것만 같았지만

몇 번 사소한 일로 싸우다 보니

(정작 그녀는 사소하다고 생각 안 하겠지만)

자기방어적인 생각과 행동이 커져갔다


그런데 사랑에 가벼움이 있을까?

무거운 사랑은 진심이라서 결혼까지 가는가?

사랑의 가벼움과 무거움은 누가 결정하는가?

안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목숨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았다

가벼운 사랑을 했다기보다는

그저 나는 나를 더 사랑한 것이다

아니 내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너

너를 나보다 더 사랑해

이런 말들은 진짜 사실일까?

아니면 듣기 좋아라 하는 말일까?

불편한 진실이다


결국 다음날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우리의 사랑도 찾고, 차도 다시 찾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는 현재 내 곁에 없지만

그 차는 아직도 내 곁에 남아있다


그날 내가 찾은 것은 사랑이 아닌

내가 살아남을 방법이었다

이전 03화 비밀연애는 계단에서 이루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