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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와 떠나는 여행 6 '본의 아니게'

독수리 아저씨와의 추억

by cogito

군대 제대 후 짱기(친구 별명)와 노가다를 했다

아침 6시에 용역사무소에서 기다리면 감을 줬다

우리는 거기서 독수리 아저씨를 만났다


팔에 독수리 문신이 있어서

우리는 독수리아저씨라고 불렀다

우리가 일을 잘 하자 아저씨는 내일부터 나 따라다니면

일당을 8만 원씩 준다고 했다 (그 당시 용역사무실은 6만 원)

우리가 성실하고 일도 잘하니 마음에 들었었나 보다


독수리 아저씨는 철거 전문이었다

우리는 빠루와 해머로 철거 작업을 했다

첫날 해머로 벽을 쳤을 때 내 온몸이 느낀 그 진동

나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전기 감전된 느낌이었다)


몇 번 하다 보니, 거도 할 만했다

지난번 아파트 건설 끌려갔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새참 먹고 짱기랑 도망쳤었다

외곽 신도시라 버스도 잘 안 다녀서

한참을 걸었었다


그런데 문제는

건설하시는 분들은 다른데 돈은 잘 쓰면서

임금은 항상 밀린다

두 달 정도 같이했는데, 첫 달은 잘 줬는데

두 번째 달은 다음 주에 줄게,

진짜 상황이 안 좋아서.. 다음 주에 줄게 하더니

한 달이 밀렸다


우리는 독수리 아저씨 집에 찾아갔다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었다

초록색 철문이 대문인 주택이었는데

우리는 독수리아저씨한테 배운 빠루질로

철문을 뜯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배운 것은 잘 써먹는다


1.5층 계단을 올라

알루미늄으로 된 집문도 빠루로 뜯고 들어갔다


집 안에는 할머니 혼자 있었다

우리는 할머니 아드님이 우리 일당 안 준다며

할머니에게 일당을 달라고 했다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해서

집 밖에 나와 마당에 있는 대야를 내가 무심코

걷어찼다

근데 쇠대야의 소리가 엄청났다

'콰광쾅쾅' 모두들 놀랐고 나도 놀랐다


할머니는 집옆에서 조그마하게 담배와 쌀을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담배는 안 피니 쌀이라도 가져간다며

10kg 쌀을 하나씩 들고 나왔다


아... 쌀을 들고 가면서 후회했다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집까지 어떻게 들고 가냐...

차라리 담배라도 피울걸.. 담배는 가벼울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주거침입에 절도까지..

집행유예감이다

한 달 임금에 눈이 멀어 본의 아니게 범죄를 저질렀다

그때는 이것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왜 그때는 순간 나의 상황만 생각했을까?

그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은

나를 영원히 다른 상황 속에 갇혀서 살 뻔했는데...


결국 한 참 뒤에나 돈을 받았다

역시 용역사무실 끼고 일하고

부동산 끼고 거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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