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이 폭력이 되던 밤
밤은 아이들에게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어야 한다.
숙제를 마치고, TV를 보다가 졸린 눈을 비비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면, 세상은 잠시 멈춘 듯 고요해진다.
하지만 내게 밤은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
새벽은 언제나 예고 없는 폭풍을 몰고 왔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 깊은 밤이었다.
시간은 새벽 3시쯤.
쿵, 하고 현관문이 열리더니 거친 숨소리와 함께 아빠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술에 취해 돌아온 그의 걸음걸이는 무겁고 불안정했다.
나는 반쯤 잠들어 있었지만, 그 소리에 곧장 온몸이 긴장했다.
밤에 들려오는 발소리만큼 무서운 건 없었다.
아빠는 내 방으로 곧장 들어왔다.
손에는 뽀얀 플라스틱 컵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 안에는 어딘가에서 사 온 식혜가 출렁이고 있었다.
그는 내 이름을 부르며 술기운 섞인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수제 식혜 사왔다. 이거 마셔라.”
마치 좋은 걸 사 와서 자랑이라도 하듯,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묻어났다.
나는 잠결에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아빠… 지금은 너무 늦었어요. 아침에 마실게요.”
그 순간, 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방 안 공기가 단숨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곧, 그의 발이 내 배를 향해 날아왔다.
쿵.
숨이 턱 막혔다.
마치 축구공이 된 것처럼, 내 몸은 그대로 침대 위에서 튕겨 나갔다.
복부에 전해진 충격은 견디기 힘들었고, 눈앞이 하얘졌다.
나는 울지도 못한 채, 본능적으로 배를 움켜쥐고 몸을 웅크렸다.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졌다.
말은 없었지만, 그 눈빛이 이미 대답이었다.
“너 따위가 감히 내 말을 거역해?”
나는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아빠의 기분이 곧 이유였고, 그 이유만으로도 나는 언제든 맞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날 이후, 나는 아빠의 말에 반박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켰다.
“싫다”라는 표현은 내 입에서 사라졌다.
작은 거절 하나가 폭력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너무 일찍 배웠기 때문이다.
어린 나는 그날의 기억을 일기장에 꾹꾹 눌러 적었다.
누군가, 어른이, 내 이야기를 발견해주길 바랐다.
도와달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던 나는, 일기를 통해 몰래 구조 신호를 보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