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기억
몇 년 동안 내 손끝을 괴롭히던 녀석을 드디어 뽑아냈다.
하나도 아닌 셋. 손톱 모양까지 바꿀 만큼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니, 참 집요하다.
의사는 조금만 더 두었더라면 수술이 까다로웠을 거라 했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혈관종이었지만, 몇 해 동안 나를 움켜쥐고 괴롭히던 고통은 결코 작지 않았다.
빼내고 나니 속은 후련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후련함과 동시에 너무 불편하다.
나무를 깎으러 작업실에 들어갈 수 없고, 바다에 뛰어들 기회도 잃어버렸다.
올여름은 결국 파도와 스치지 못한 채 끝날 것 같다.
그럼에도 마음 한켠은 안도한다.
올겨울엔 더 이상 손끝이 찢어질 듯 시려오지 않을 테니.
통증, 불편, 아쉬움, 그리고 사라짐.
모든 게 한 번의 칼끝 아래에서 정리되는 걸 보니,
삶도 가끔은 이렇듯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