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인 인생, 차라리 제가 거만해서하는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요즘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평균 수면 시간은 5~6시간 남짓. 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습니다.
학교든, 직장이든 지각하지 않을 정도로만, 딱 그만큼만 맞추며 살아왔습니다.
새벽 시간이 좋았습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그 고요한 시간에,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사랑했던 저녁이, 자고 나면 사라진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았고, 늦게까지 붙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서른을 넘기고, 결혼을 하고, 아내의 뱃속에서 아이가 자라나는 지금.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저녁은 더 이상 나만의 시간이 아니더라고요.
저녁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나와 우리가 함께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그동안 수없이 들어온 조언 —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말 —
그 단순한 말이 왜 이제서야 제 마음에 와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때가 있었던 걸까요.
10시 이전에 눕고, 5시 또는 6시에 눈이 뜨입니다.
군대에서도 연등을 매일같이 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PEET 시험을 칠 생각이었거든요.
더불어 불침번까지 서야하는 군대에서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사회에서도 매일 똑같이 피곤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7시간 이상 자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들 이렇게 살아왔던 걸까요.
어릴 때부터 저는 어디에도 딱 맞게 속하지 못했습니다.
교실에서는 지루했고, 직장에서는 늘 따분합니다.
그런데, 또 웃긴 건 제가 아주 똑똑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정말 똑똑한 사람을 만나보면 벽이 느껴집니다. 저는 그 벽을 넘지 못해요.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과도 잘 맞지 않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의 깊이나 방향이 어느 정도 보이는데, 편견이 심한 탓인지, 스스로가 더 지치기도 합니다.
표면상으로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건 제가 스스로 수준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오래 가지 않습니다.
피곤하거든요.
누군가는 이런 저를 보며 그저 정신승리라고 말하겠죠.
그리고 또, 피곤하게 산다고요.
맞습니다. 피곤합니다. 그치만 정신승리는 아닌 것 같아요. 진짜 그렇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생각들, 이런 복잡한 마음들.
이걸 멈출 수만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요.
직장에서는 인정을 받습니다.
주어진 일은 잘 해냅니다. 제 개인의 생각은 아닙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평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루합니다.
너무 쉬워요.
직장에서 눈치보는법, 일을 잘 해내는 법, 협조를 구하는 법, 문제를 처리하는 법, 도움을 받는 법 등등
어떻게하면 되는지 보입니다.
대부분 이런 말을 하면 저를 안좋게 봅니다.
왜냐하면, 이건 저만의 착각일 가능성이 높고, 시야가 좁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아무리 봐도, 저한테는 너무 쉽습니다.
동시에 저는 용기가 없습니다.
이런 알고 있는 것들을 제 무기로 삼아 지위를 얻어내거나,
브랜딩을 해서 좋은 사람으로 포장하거나 할만한 능력도 있진 않은 것 같습니다.
제 한계를 인식하고 틈틈이 이것저것 시도해봅니다.
블로그, 유튜브, 기획, 글쓰기…
인기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제 자신을 숨기고, 대중의 입맛에 맞을만한 글을 쓰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합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대중의 생각을 읽는 게 어렵습니다.
왜냐면, 저는 대중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인기를 끌만큼의 비범함도, 날카롭게 예리하지도 않거든요.
교양 없는 사람을 보면 무시하고,
정석적인 교양 앞에서는 위축됩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저는 끼어 있습니다.
안성재 셰프처럼 무언가에 미쳐서 살아보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도 공존합니다.
나는 어설프게 똑똑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멍청한 걸까요?
이 글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오늘도 일찍 일어납니다.
그 시간이 유일하게 조용하고, 유일하게 저다운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당신처럼, 스스로를 규정짓기 어려워하는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들이 사실 가장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혹시 이 이야기가 마음에 닿았다면, 당신도 어쩌면 ‘어설프게 똑똑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결코 나쁜 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