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덕,체 中 체(體)에 대하여
신입사원이 처음으로 비참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높은 학력, 탄탄한 이력, 넘치는 자기 효능감을 품고 입사한 어느 날.
자신이 들고 있는 무거운 박스를 내려다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내가 이러려고 그렇게 공부했나?”
자신의 노력과 위치가 무거운 상자 아래 눌리는 순간,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반문들이 떠오른다.
“이게 나한테 시킬 일이야?”
“나도 대졸인데...”
“누구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내가 무능해 보일까?”
사실 그건 상자가 아니라, 우리가 들어 올려야 할 편견인지도 모른다.
이 사회는 어릴 적부터 '몸을 쓰는 일'을 천하게 여긴다.
조용히 앉아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이 ‘성공할 사람’이고,
몸으로 하는 일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러니 우리는 몸을 가꾸는 법도, 다루는 법도 모른다.
힘들면 어떻게 회복하는지, 아프면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당연하게도, 체력은 약해지고, 근육은 비축되지 않는다.
결국 신입사원으로서의 첫 벽도, 일의 난도보다 체력과 멘탈의 문제로 다가온다.
현장의 일은 의외로 단순하고, 오히려 명확하다.
하지만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도 비참함이 밀려오는 건
자신의 몸이 감당하지 못할 때다.
자존감은 떨어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
“난 이런 일에 어울리지 않아.”
그 말의 본질은 어쩌면, “난 이런 일을 할 체력이 없어”일지도 모른다.
사실, 체력이 좋고, 근육이 붙으면 생각보다 많은 일이 버틸만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어떤 일이든 몸으로 버틸 수 있어” 라는 생각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탱해주는 내적 자산이 된다.
중소기업을 두려워하는 이유,
허드렛일을 기피하는 이유,
체력훈련을 하지 않는 교육환경.
이 모든 건 연결되어 있다.
가보기도 전에 주눅들고,
겪어보기도 전에 기피하는 일.
하지만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몸으로 이어진다.
글을 쓰는 손끝도, 기계를 조작하는 팔도,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자세와 호흡도.
모든 건 우리의 신체라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생각한다.
진짜 자신감은 직장이나 직책, 스펙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일이든 몸으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고.
일이 힘들 때, 정말 너무 힘들다면
먼저 내 몸을 돌아보자.
지금 내가 약해서 이 일이 너무 힘든 건 아닐까?
근육은 배신하지 않는다.
체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직장이 나를 버려도,
내 몸이 단단하면 나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단단한 몸 위에 더 단단한 마음을 쌓아
그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신입사원이 비참해지는 순간은
몸이 지쳐 마음이 무너질 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바로, 내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