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인 Jan 22. 2024

방어낚시

묵호항

새벽 2시 집에서 출발. 동해 묵호항’ 방어 낚시 7시 30분 “출항”이라고 합니다. 동해 쪽은 항상 지날 때마다 터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양양 지날 때는 터널이 많아서 세다가 옆자리에 앉아 있는 전, 잠이 들곤 한답니다. 항상 운전은 남편이 하지요. 도착지인 묵호항 배 앞쪽 주차장에 주차하고 아무도 없는 배에 자리를 잡으러 올라가서 낚싯대를  먼저 꽂아 놓습니다. 여긴 추천이 아니라네요. 어느 자리서 할 거냐고 남편이 묻기에 전 뒷자리가 좋겠다 했습니다. 겨울은 춥고 배가 출발해 달리다 보면 바닷물이 다 튀고 장난이 아닙니다.


                                                      방어 낚싯배 사진


이른 새벽 아직 동이 트기까지는 시간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 후 한 분, 두 분, 조사님들의 모습 보입니다. 드디어 출발합니다. 동해의 해 뜨는 아침, 해돋이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운 장관입니다. 너무 아름다워 눈에 담고만 있기는 아깝죠?


                                                            낚시 시작 전 해돋이


낚시 시작 전, 전 꼭 해돋이를 찍어 둡니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기 싫거든요. 달리는 목적지는 여기 항구와 멀지 않군요. 벌써 도착. 삑- 다른 배와 마찬가지로 한번 소리 내면 내립니다. 드디어 시작입니다. 전 처음은 전동 릴로 지깅을 시작해 봅니다. 좀 하다 보니 입질, 메탈을 덥석 물어 이 배에서 첫수. 방어란 놈이 인사를 합니다. 좀 있으니, 남편도 한 마리 잡아 올립니다. 하지만 뱃머리, 선수에서 낚시하시는 조사님은 잡았는데 놓치고 말았고요. 캐스팅 이 잘 안되었나 봅니다. 전 열심히 릴링 하다가 바다 위 갈매기들이 좀 보여 오늘은 고기 좀 잡겠다는 느낌이 옵니다. 오전에는 제가 먼저 두 마리, 시샘이라도 하듯 남편도 두 마리 잡고요. 이크, 큰일입니다. 선내 “여자 화장실이 없어요?” 다급한 마음이 들어 선장님께 물어봤습니다. “남자들이야 어떻게 해결하겠지만 여자인 전 어떡하죠?”라며 걱정했더니 선장님께서는 급하면 육지로 다시 들어가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멀리 나온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을 듣고야 안심이 되어 다시 낚시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오전 11시. 이제는 고기들이 없나 다들 잡지를 못합니다. 이를 눈치챈 선장님이 점심 먹고 하자며 육지로 뱃머리를 돌리네요. 점심 짜장면. 다른 데는 배 선상에서 해결하는데 여긴 육지에 들어가 점심 식사 후 다시 바다로 나가 방어 낚시를 한다고 합니다. 저야 잘된 거죠. 화장실도 갈 수 있으니까요.


                                                 점심식사 짜장면

                 

육지로 들어와 준비해 주신 점심으로 짜장면을 서둘러 먹고, 커피도 한잔 후 다시 배로 돌아와 바다로 향합니다. 3시 넘어야 잡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물때도 괜찮다 하시고요. 다시 바다의 포인트 도착과 동시에 선장님의 삑- 울리는 소리. 메탈지그를 바다로 내립니다. 전 열심히 수동릴로 저킹 하다가 힘들면 다시 전동 릴로 바꿔서 하려고요. 지깅, 계속하다 보니 팔이 너무 아픕니다. 저킹, 빠른 액션 입질을 받아 방어 한 마리를 올립니다. 저보고 낚시를 잘한다고 조사님들이 칭찬해 주시는군요. 다시 힘이 납니다. 저 멀리 갈매기들, 이 베이트 피쉬(먹이어군) 베이트 어군이 많나 봅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전 캐스팅 낚싯대로 바꿔 저 멀리 던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 삼치가 덥석 메탈(가짜미끼)을 물었습니다. 

스프링 릴을 감는데 어찌나 크던지 릴이 감기지 않아요. 같이 탄 조사님들도 놀라하십니다. 대 삼치를 보시고 뜰채를 들고 와 뜰채질해 주시면서 크다고 감탄하십니다. 선장님이 저한테 깡 조사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물었더니 손이 가요. 손 이가 새우깡~중략~손이 많이 간다고 애칭 하나 붙여 줬습니다. 다른 분에 비해서 고기를 잘 잡는다고 뜰채 들고 저한테 선장님이 왔다 갔다 많이 하다 보니 그리 부릅니다.  히 히 히 ~ 천태호 선장님 배에서는 제 이름이 아닌 애칭 ‘깡 조사’로 통합니다.

와~우, 대 삼치입니다.          


                                                          삼치 인증사진


전, 캐스팅 고추장 메탈지그 80g으로 바꿔 단 후 다시 던집니다. 반복적으로 릴링 감고 던지고 덜커덩 고기가 물었습니다. 힘이 엄청나게 세요. 방어가 엄청 큰가 봅니다. 스프링 릴이 감기지 않아요, 힘겨루기 합니다. 힘이 장난이 아닌 것 같아요. 선장님이 뜰채 들고 옆에 계십니다. 방어가 보입니다.  와 우~ 함성.  제가 탄 배에서는 제가 제일 큰 놈, 빵도 장난이 아닙니다. 대단한 녀석입니다. 선장님께서 줄자로 재보니 86cm, 오늘 장원입니다.

대  방어  인증사진


너무 무거워 들기가 힘이 들지만 여기서도 인증사진 한 컷 찍으랍니다. 오늘 용왕님께서 제게 어복을 충만하게 주셨어요. 다른 분들은 잡지 못하고 계십니다. 7명 승선, 이를 어찌합니까? 다들 못 잡고 계십니다. 선장님께서 제 책임이 막중하다고 합니다. 고기를 잘 잡으시니 못 잡은 분들 위해서 잘 잡는 분이 나누라고요. 

잠시 후, 앞 선수에 하시는 조사님이 한 마리 잡았습니다. 축하 축하. 다들 자기가 잡은 것처럼 기뻐들 해주시네요. 오후 4시 30분으로 오늘 낚시는 접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제가 삼치 2마리, 방어 3마리. 남편이 2마리. 잡지 못하신 분들께, 2마리 나누기로 했습니다. 2인 1조 오신  일행들 중 한 팀이 잡아 안 줘도 될 것 같고 못 잡으신 한 팀 하고 제 옆에 혼자 오신 분께 나눠 드렸습니다. 행복합니다. 못 잡은 분께도 드릴 수 있어서요. 엄청 힘들게 잡은 방어를 나눠 준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죠. 겨울철 방어는 비싸기도 하지만 맛도 좋거든요. 조사님들께서 제게 감사하다고 합니다. 힘들게 잡은 방어를 나눠 주셨다고요. 역시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는 건 행복해요. 즐겁게 낚시도 했고 이렇게들 기뻐해 주시니 제 어깨가 들썩들썩합니다. 오늘 낚시 장원은 저거든요. 행복한 묵호항 낚시 애칭 하나 받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돌아왔습니다.          

이전 01화 문어낚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