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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Feb 19. 2024

안면도 주꾸미 낚시

안면도 백사장

                                    아침 일찍 배 뒤쪽 해루질 낚시하는 모습


주말이 다가왔지만, 배낚시 일정을 잡지 못했습니다. 주말 내내 집에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어디라도 떠나고 싶었는데 금요일 저녁, 집에서 가까운 안면도로 떠나자는 남편의 말에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저 역시 주말 낚시하지 않으면 너무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전 어느새 낚시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여행도 하고 주위 새로운 분들과 이야기도 하다 보면 즐거운 것 같아요. 낚시를 시작한 지는 벌써 10년째 접어든 거 같네요. 골프도 그전에는 열심히 했지만 전 낚시가 더 즐겁습니다. 고기 잡는 손맛, 고기와의 한판승. 서로 밀고 당기는 느낌. 승부욕, 태평양같이 넓은 바다를 보면서 한 주간 쌓인 도시의 스트레스를 풉니다.

안면도의 백사장이 주꾸미가 많이 나온다고 입소문이 났습니다. 주꾸미를 잡으러 배를 타려면 미리 한 달 전에부터 예약해야 배를 타고 나갈 수 있습니다. 요즘은 낚시 인구가 너무 많아서 주꾸미 같은 생활 낚시 가기가 힘듭니다. 가족 단위로 많이 다니시고, 먼바다까지 나가지 않고 내만 에서 잡을 수 있으며,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주꾸미낚시다 보니 인기가 많지요. 요즘 9월부터 11월까지는 엄청 많습니다. 우린 주꾸미는 대체로 잘 다니지 않지만 그래도 가볍게 손맛을 느끼는 재미가 있습니다.

썰물로 바닷물이 빠지는 배경


하지만 심심해 바람이나 쐴 겸 안면도 해수욕장 왔습니다. 차박 1박 계획으로 냄비, 아이스박스, 김치, 라면을 가지고 주꾸미 잡으면 끓여 먹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간단히 왔답니다. 백사장 주차장 옆에 낚시하시는 분들이 있어 주차 후 낚싯대를 펼치고 에기를 달고 바다를 향해 던졌습니다. 여기서 에기는 주꾸미 잡는 새우처럼 생긴 가짜 미끼를 에기라 합니다. 우리가 보인 앞쪽은 가슴 장화 옷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 주꾸미 잡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주꾸미가 에기에 걸려 따라옵니다. 크게 손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잡는 재미에 웃음이 났어요. 남편도 하나둘씩 잡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첫날 십여 마리 정도 잡았기에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잡다 보니 우리 차 옆에  나이 드신 분이 주차 후 텐트를 펼치고 계시는데 처음 뵈었을 때 옆모습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것 같은 단발머리에 노랗게 염색해서 잘 몰라보겠더라고요. 텐트를 치시고 낚시를 하신다고 남편 옆자리에 자리를 차지하고 준비하시고 있습니다. 계속 몇 번을 던지셨지만 끝내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셨답니다. 남편하고 저는 잡은 주꾸미를 넣고 라면 끓여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옆에 계신 노부부께서도 식사 준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잡은 주꾸미 라면 끓여 먹는 인증사진


주꾸미를 익혀 맛이나 보시라고 2마리 가져다 드렸더니 해루질해서 잡은 조개 무침이라고 주셨습니다. 안산에서 오셨는데 노부부는 매주 캠핑 여행을 하신다고 합니다. 즐겁게 사시는 분들 같아 보였어요.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하루 있다 가려다 같이 어울리다 보니 2박 3일 보내게 되었지요. 저녁때가 되어 밤낚시 후 하루 더 차 안에서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새벽에 물때가 날물 때 해야 잡을 수가 있다고 합니다. 꽃게를 잡은 어선 배가 들어옵니다. 엄청 많이 잡아 온 것 같아요. 도매로 넘긴다고 합니다. 전, 꽃게잡이 일을 끝내고 육지로 들어오신 어부님이 꽃게를 한 보따리 들고 주차장으로 오시기에 따라가 파실 수 있나요? 하고 물었더니 판매용이 아니라고, 집에 가서 먹을 거라면서 그중 3마리를 먹으라고 주셨습니다. 감사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어부 일행분이 아줌마 하고 부릅니다. 그것 가지고 누구 입에 먹냐고 하시면서 통 크게 열 마리는 주셨나 봅니다. 난 공짜로 생긴 꽃게를 들고 신나게 뛰었습니다. 옆집 노부부도 드리고 우린 다시 꽃게, 주꾸미 넣고 라면을 끓여,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바로 이 맛이야 하면서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옆집 노부부께서 간장을 사다가 간장 게장을 담근다고 하시는군요. 70살도 넘으신 분이 캠핑하시면서 열심히 남편을 위해 맛난 음식도 해주시고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녁이 되어 차에서 자지 말고 텐트에서 자라고 합니다. 그분들은 텐트는 짐만 넣어 두고 잠은 차 안에서 주무신다고. 텐트를 빌려주겠답니다. 스타렉스를 개조해서 차에서 숙박할 수 있도록 여행 차가 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우리가 갖고 온 침낭하고 그분들이 가지고 온 침낭 하나로 편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또 주꾸미 잡기 시작했지만 잘 나오지 않는군요. 옆집 차박 노부부님께서 함께 아침 식사하자고 하셔서 같이 가서 먹기로 했습니다. 어제 담근 간장 게장이 짜지 않게 간이 들어 맛있네요. 미역국과 함께 한 그릇 뚝딱! 맛나게 얻어먹었습니다.



                                             시원한 아이스커피

저희 부부는 감사한 마음에 커피를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한낮이라 뜨겁고 더위도 피할 겸 인근 카페에 갔습니다. 남편하고 한참 이야기하면서 낚시용품이 어느 것이 좋은지 추천해 달라고 하십니다. 남편은 낚시 장르에 대해 많이 알고 배만 타면 젊은 사람들과도 이야기가 잘 통하는지 말도 잘합니다. 그만큼 낚시에 대해 잘 알기에 대화가 끊임없이 오가는 같아요. 서로 연락처도 주고받고, 배낚시는 아니었지만, 안면도 백사장에서도 새로운 분들과 어울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또 하나의 추억을 쌓고 주말을 즐겁게 보내었습니다. 주위 좋은 분도 많고. 그래서 세상 살맛이 나지 않나 싶네요. 

행복도. 즐거움도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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