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해인호
삼덕항 가는 길
통영 삼덕항 “해인호” 12인승 배 4.99톤 다단채비 생미끼, 벌써 올해 들어 3번째 출조합니다. 전 갈치낚시를 하기 위해 목욕일 오전 5시. 남편이랑 집에서 나서 차로 6시간 이상 되는 통영에 가기 위해 출발. 새벽이고 평일이라서 그런지 대체로 고속도로는 밀리지 않아 수월하게 고속도로를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매주 다니지만, 눈에 들어오는 푸른 산, 들, 주위 경치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도시를 벗어난다는 것만으로 저에게는 신나는 일입니다. 너무 멀어서 중간중간 휴게소를 거쳐 가기로 했습니다.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 간단하게 하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운전합니다. 남편은 힘들지도 않은지 말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전, 옆에서 조잘조잘 신나서 떠들어 댑니다. 이때만큼은 모든 걸 잊어버리고 신나서 고래사냥 송창식 노래를 하기도 합니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히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중략~~~~~~~~
1975년 노래이지만 이때도 꿈을 꾸는 삶이 간절하게 느껴집니다.
자기만을 위한 꿈을 찾아 기차에 몸을 실어 떠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 희망, 설렘, 부푼 마음으로 떠날 수가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목적지 도착
어느새 목적지인 삼덕항 도착. 아직도 너무 덥습니다. 여기는 처음 와보는 곳입니다. 바닷가 둘러싸인 작은 마을의 섬.
갈치 배낚시 출항 시간은 아직도 1시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차 안에서 에어컨 켜놓고 산 아래 그늘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매미들이 아직도 자기 세상인 여름인 양, 열심히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울어댑니다. 맴, 맴, 맴, 새로운 곳이라 그런지, 이곳의 경치가 눈에 들어오고 멋지군요. 여기는 공중화장실이 없나 봅니다. 펜션에서 양해를 구해 급한 볼일을 보고 다시 주위 경치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바다 위 갈매기 자유롭게 날고, 작은 마을은 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아요. 바다는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왜 오염수를 버리냐고, 항의하듯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아요. 일본 오염수가 8월 24일 1시 방류된다 합니다. 너무 슬픕니다. 인간이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자연을 훼손하고 지구는 뜨거워지고 세계 곳곳에 지진, 불, 홍수, 이 얼마나 무서운 재앙인가? 이제는 정말 바다의 물고기는 어찌 될까?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지? 또 후손에게는 무엇을 남겨 줄지 걱정입니다. 잔잔히 흐르는 바다는 소리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면 말없이 담았다가 거센 비바람 풍랑이 오면 그동안 참았던 것을 토해내듯이 출렁이고 거세게 파도를 몰아칩니다. 마치 바다가 화가 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갈치잡이 포인트를 향해 달리는 바다
드디어 출항, 시간 해인호 선장님 모습이 보입니다. 어떤 분일까? 궁금했는데 멋지고 잘생기시고 인자하신 모습으로 보여요. 낚시 아이스박스, 태클박스, 낚싯대, 준비해 온 채비를 실었습니다. 선장님이 고기 상하지 말라고 아이스박스, 얼음을 갖다 부으라고 합니다. 낚시온 조사님들과 같이 각자 자기네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 넣자마자 배는 서서히 출항 통, 통, 통, 소리를 내면서 목적지를 향합니다. 12명 정원 인원. 다른 조사님은 운행하자마자 낚싯대를 펼쳐 준비합니다. 저희는 남편이 제 것까지 낚시채비를 하려면 바쁩니다.
갈치잡이 봉돌
긴 장대 같은 갈치 낚싯대는 5m의 길이로, 저는 감 따는 장대로 낚시한다고 표현합니다. 기둥 줄 8단. 남들은 10단 쓰지만 난 힘들어 8단에 바늘 2호짜리 여덟 개를 매달고 줄잡이 3.5m 매달고, 집어등, 봉돌 900g 냉동 꽁치 미끼를 바늘에 답니다. 전 포를 썰 줄 몰라 남편이 해줍니다. 바늘에 미끼를 끼고 바다로 향해 던집니다. 남자 조사님들은 너무 잘 던집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어요. 한두 시간 이상 달려와 너무 멀리 달려와 있습니다. 수심 70m 이상 나온다고 합니다. 전동 릴 수심 체크 40m~50m에서 갈치가 입질. 오늘 밤은 여기서 새벽 4시까지 한다고 합니다. 은빛 갈치가 집어등 해주니 바늘에 주렁주렁 올라옵니다. 주위 갈치 배들이 엄청 많군요. 밤인데 낮처럼 훤합니다. 여자 조사는 이 배에 저 혼자입니다. 전 낚시가 즐겁고. 손맛을 느끼는 재미로 넓은 바다를 보면서 낚시하다 보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낚시에 빠져듭니다. 오직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힘든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배에서 낚시하다 보면 남자 조사님들은 담배 피우는 분들이 많아요. 이렇게 넓은 바다 위지만 담배 냄새는 정말 싫습니다. 피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초저녁 7시쯤 선상에서 주는 도시락으로 저녁은 간단히 먹고 제가 준비해 온 콩국물로 배고프면 중간중간 마시려 합니다. 밤새워서 하다 보면 배도 고프고 여기 배에서 주는 간식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갈치낚시가 너무 힘든데 여성 조사님이 잘도 잡는다고 어떤 분이 말씀하십니다. 전, 갈치낚시만 하는 게 아니라 철마다 빅게임낚시, 부시리, 방어, 두족류, 문어, 한치, 갑오징어, 주꾸미. 무늬오징어, 광어, 우럭, 어구가자미, 대구, 모든 장르의 낚시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배낚시를 하다 보면 부부가 낚시 다니는 거 보면 부럽다고 합니다. 고기를 잡는 것도 예의를 지키면서 해야 합니다. 어떤 분은 매너가 없는 분도 있습니다. 남을 배려 안 하고 하시는 분 배낚시 중에 힘든 것은 화장실이 깨끗하게 쓰지 않는 분이 간혹 계셔서 불편합니다. 남자분들은 여자와 달라서인지 변기에 소변이 묻어있어 일일이 쓸 때마다 닦고 또 닦고 반복해야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불편함을 감수 안 하면 다닐 수가 없겠지요. 오늘 갈치낚시는 성공입니다. 엄청 많이 나옵니다. 다른 날보다 둘이 백 마리 넘게 잡았습니다. 고등어도 중간중간 나와 열 마리 이상 잡았나 봅니다. 고등어가 나오면 기둥 줄이 마구 엉켜 빨리 올리지 않으면 낭패 봅니다. 낚싯줄을 풀고 바늘을 다는데 긴 시간이 걸리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갈치는 이빨이 날카로워 손을 조심해야 합니다. 꽁치 냉동 미끼만 먹는 게 아니라 자기 동족인 갈치를 먹어요. 갈치를 포로 떠서 하다 보면 크기가 굵은 놈이 나옵니다. 참 웃기지 않나요? 자기 동족을 먹으니 말입니다. 그만큼 비린 것을 좋아해 그런 건 아닐지?
어느새 새벽 4시. 이제는 접어야 할 시간. 허리도 아프고 너무 힘듭니다. 갈치는 욕심을 부리게 하는 낚시인 것 같아요. 처음은 그냥 욕심 없이 다니다가 어느새 주위에서 낚시 다니는 걸 알아 판매하라 합니다. 낚시 한번 하려면 경비가 많이 나가는 건 사실입니다. 기름값, 식대, 고속통행료, 선비, 둘이 한번 출조함 80만 원 정도는 우습게 쓰고 다닙니다. 갈치낚시는 잡으면 여름에는 곧장 얼음 사서 아이스박스에 채워 올라와야 합니다. 생물이라 상하면 지금껏 고생한 것이 헛수고가 되니까 말입니다. 전 낚시 매번 할 때마다 장르에 따라 욕심도 생기고 어떤 낚시는 손맛을 느끼는 재미로 기다리는 인내심으로 인생을 배워 가지만 갈치낚시는 제 일 하기가 힘들고 머뭇거려지게 만듭니다. 다른 낚시는 하고 나면 또 낚시가 하고 싶고 생각납니다. 앞으로도 쭉 전 낚시와 여행을 하면서 제 인생 꿈을 찾아 살렵니다. 행복한 나만의 꿈을 찾아서 떠나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