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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Feb 20. 2024

깨진 그릇

직장후배

봄비 내리듯이 대지 위를 적신다. 자연은 너무 위대하다. 봄이 오면 땅에 웅크리고 잠자고 있던 생명을 깨우듯이 금방이라도 비를 맞아서 새싹이 푸릇푸릇 솟아 나올 것처럼 느껴진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 앞에 난 매번 놀란다. 봄 단비처럼 자연은 변함이 없지만 인간은 변하는 게 맞다. 아무리 친하고, 직장 선후배였더라도 사람이기에 자기 맘이 안 들면 변하는지 모르겠다. 난 마음 한구석에 함께 선후배로 직장 생활하면서 지냈던 일들 주마등과 같이 생각났다. 한동안 잊은 듯이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10여 년이 지났는데 아무런 일이 없던 것처럼 카톡이 왔다. 언니 잘 지내? 후배가 카톡 왔을 때 열어보지 않고 차단했다.

난 후배와 십 년 전에 만나기로 했었던 일이 생각났다. 후배는 다른 후배랑 먼저 만나기로 했었다. 롯데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난 아직 일이 남아있었다. 한 직장의 책임자로 있다 보니 좀 일이 늦어졌다. 둘이 좀 더 쇼핑도 하고 놀고 있으라 했더니 약속 시간 안 온다고 그냥 내려간다고 문자 왔다. 난 너무 황당했다.


 우리 집에서 하루 머물기로 하고 보기로 했다. 약속 시간 늦었다고 간다고, 물론 내 잘못도 크다. 그렇다고 이렇게 가나 싶다. 난 미안해 문자 했다. 사과했다. 하지만 그 뒤로 연락도 없었고 우리들은 그 이후 연락도 만나지 않았다. 난 딸 결혼식도 알리지 않았다. 나한테는 너무 큰 상처였었고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깨진 그릇이 붙인다고 붙나? 설령 다시 지낸다고 마음속에 상처로 그전처럼 지내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쌓은 우정은 금이 갔다. 내가 옹졸한 것인가! 난 공치사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친하게 지낼 때 먼 전라도까지 차 운전에 엄마 돌아가셨다 할 때도 갔었고 벚꽃이 휘날리던 때 같이 장거리 까지 가서 벚꽃도 보고 여기 오면 차로 함께 맛난 것도 찾아서 먹고 구경도 했었다. 지금은 좋은 것만 생각하고 후배와 연락하고 싶지는 않다. 뻐꾸기가 뻐꾹 울어 댄다. 아직 울 때가 아닌데 너무 신기하다. 뻐꾸기는 암컷을 찾을 때 뻐꾹뻐꾹 운다고 한다. 내가 이런 맘을 알고나 있는지 뻐꾸기도 누굴 찾고 있나 보다.

5월에서 8월까지 숲에서나 운다는데 너무 신기했다. 지금은 2월 연이어 이틀 뻐꾸기는 울었다. 난 봄이 오는 것 같이 내 맘도 기뻤다. 지나간 인연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대자연의 멋진 봄이 오듯이 나 또한 봄은 찾아온다. 살면서 약속은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난 연재도 나와의 약속이기도 하고 독자님들의 약속이기도 하기에 자정이 땡 하면 낚시 여왕 글을 올린다. 약속으로 인한 상처가 한구석에 있듯이 약속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여러분은 저처럼 약속을 못 지켜 저 같은 일을 당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과거는 과거로 남기고 싶다. 이 글을 쓰면서 잊어버리고 현재의 삶이 더 중요하기에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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