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만원의 기적

by 해피엔딩

찜질방은 늘 똑같다. 뜨거운 방, 식은 방, 그리고 복도에 걸린 똑같은 회색 찜질방 복. 그날도 무심코 그 옷을 집어 들었는데, 지퍼 속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이 나왔다. 누군가 사먹으려다 깜빡 두고 간 돈이었을 것이다. 작은 횡재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며칠 뒤, 이번에는 내 노트북 가방이었다. 수업 준비 때문에 허둥대다 가방을 놓치는 바람에 내용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펜, 충전기, 파일 사이에서 낯선 봉투가 하나 툭 튀어나왔다. 열어보니 또 만 원. 기억조차 없는 돈이었다.

우연히 두 번이나 주운 돈.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소소한 사건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기묘한 기운처럼 다가왔다. 마치 일상의 어딘가에 숨어 있던 보너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만 원 한 장이 인생을 바꾸진 않는다. 그러나 그 만 원이 내게 일깨운 건 삶 속에는 우리가 놓치고 지나치는 작은 기쁨과 여유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바쁘고 무거운 짐 속에서도, 낡은 찜질방 옷 속에서도 말이다. 중요한 건 그것을 발견할 줄 아는 눈, 그리고 그 순간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아닐까.

우연히 얻은 두 장의 만 원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조급해하지 말고, 삶을 조금 더 가볍게 들여다보라.”
때로는 뜻밖의 행복이 그렇게 슬며시 찾아와, 우리의 하루를 환하게 만들어주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우러 갔다가 채우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