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래씨를 왜 좋아하는지 알아요? 몸이... 꼿꼿해요 힘을 안줘도 흐트러지질 않아요 그거... 쉽지 않거든요. <헤어질 결심> 중 해준의 명대사
탕웨이의 어색한 "마침내" 용법과 함께 <헤어질 결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이다. 해준의 말처럼 몸이 굽어있지 않고 곧은 사람은 매력있다. 그 사람에게는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삶에 대한 결연한 태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서래만큼이나 곧은 자세를 한 사람을 직접 목격했던 적이 있다. 바로 아웅산수찌 여사(전 미얀마 국가고문)이다. 정상 행사에서 그 분의 의전을 맡은 적이 있는데 정말 모든 순간 그 분은 꼿꼿했다. 그녀에게서 온화하면서도 당당한 에너지를 느꼈다. 지금은 군부 정권에 의해 33년형 징역을 선고 받았다고 하는데, 왠지 내 상상으로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아웅산수찌 여사는 곧은 자세로 앉아있었을 것만 같다.
이렇듯 바른 자세는 아름답다. 단순히 복근이나 등근육을 만들어 찍은 "바디프로필" 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과는 다르다. 우리의 눈은 본능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한,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면 실제로 어느 정도의 복근과 기립근, 광배근, 전거근이 고루고루 쓰이기 때문에, 바른자세는 각종 "근육" 의 종합셋트이기도 하다.
# 신체 왜곡의 과정
그렇다면 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왜 인간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깨, 등이 안쪽으로 굽고, 목은 거북목이 되고, 아랫배는 처지고, 힙은 뒤로 빠지는 걸까?
우선은, 우리의 물리적 존재조건 때문이다. 지구상 어떤 생명체도 "중력" 을 피해갈 수는 없다. 젊을 때는 피부나 근육 조직에 탄력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중력을 이겨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래로 굽거나 처지게 되어 있다. 진화의 결과로 직립보행을 하고 있는 인간은 특히나 더 그렇다.
그리고, 우리 몸이 계속해서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존모드(fight or flight mode)에 있을 때 우리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신체 변화를 가져온다. 우선 적을 똑바로 보기 위해 동공이 커지고, 도망가기 편하게 심박수가 빨라지며, 근육이 긴장을 하게 된다. 사실, 이 모드는 생존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기제인데, 이 모드가 장기화되면 몸의 변형과 왜곡을 가져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슴근육은 굳게 수축하고, 등근육은 이완된다. 가슴은 움츠러들고 등은 굽게 되는 것이다. 가슴근육이 더 강하기 때문에 가슴근육이 수축해 버리면 그 뒤쪽의 등근육은 상대적으로 늘어져 버리는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마음의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서 마음의 문을 닫는 과정과 이 가슴이 움츠러드는 신체과정은 비슷한 현상 같기도 하다.
등이 굽고 가슴이 움츠러들면 우리 신진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호흡의 통로가 좁아지고 내장의 활동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에 소화, 해독 등 위장과 간이 해야 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워질것이다.
# 바른 자세 레시피
시간에 따라 심화될 수밖에 없는 우리 몸의 왜곡을 그나마 늦출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것은 우리가 바쁜 일상 속에 겨우 틈을 내서 하는 한 두시간의 운동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그 방법은 바로 생각날 때마다 틈틈히 1)턱을 살짝 당겨주고 2)가슴은 시원하게 펴주고, 3)등쪽 근육(기립근, 광배근 등)과 4)복근을 단련해 주는 것이다.
또한, 스트레스 자극에 자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위해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다. 오겡끼의 전문용어로는 이것을 "딸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세상만사의 일들의 본질은 모두 균일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사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다. 외부 조건이나 자극에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되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도 적게 될 것이고 이에 따른 지나친 근육의 긴장(또는 이완)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운동이 정말 필요한 건 알겠는데 정말 틈을 내기 힘들다 라고 한다면 "바른 자세" 를 유지하는 것, 그러한 마음을 내는 것 만으로도 운동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제부터 "틈틈히 운동해요" 라는 말은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요" 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매분매초 거대한 돌을 계속해서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매순간 중력과 싸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내 스스로를 바라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나의 등근육, 나의 복근은 바디프로필용이 아니고, 바른 자세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도구인 것이다. 쓰다보니 너무나 전투적인 글이 되어 버렸다.
위의 내용은 Zen Yoga의 Zen Instructor Course(http://zenyogakorea.com/license/license/) 에서 알려주는 "스트레스와 근육의 반응" 부분을 참고,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