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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사라졌다.

09. 쓰러져 있는 엄마를 뒤로 한채

by 마흔아홉

그렇게 달려간 대문 앞에는 119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마당에 반듯하게 엎드려있었다. 등이 보이는 채로. 구급대원들은 CPR 도 하지 않고 멀뚱이 서있었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09. 동생이 사라졌다.


정신이 나간 듯 넋이 빠진 아빠를 부축해서 대문 밖 난간에 앉혀드렸다. 이때만 해도 엄마가 돌아가셨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단지 기절해 있는 거라고만,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아빠를 모시고 얼마나 지났을까? 119 구급대원이 내 앞으로 와서는 메마른 목소리로 엄마의 사망선고를 내렸다.


"지금으로서는 CPR 의미 없어요.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 곁에 칼이 있고 출혈과다로 의심되기 때문에 파출소에 신고했고요. "


구급대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멀끔한 제복차림의 순경이 왔다. 상황을 살펴보더니 경찰서에 연락을 한다고 했다. 연락을 마치고 나더니 조만간 형사가 올 거라고 준비하라고 한다. 정신을 차릴 새가 없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뒤에서 대성통곡 소리부터 들린다. 그 사이 도착한 동생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는 거였다. 마당 한 구석 등이 보인채 엎드려 있는 엄마 사이로 불그스름한 피가 비집고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제사 얼핏 피냄새가 비릿하게 나는 것도 같았다.


동생은 얼마나 울었던 걸까?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 온다는 말을 남기고 동생이 떠났다. 초가을 새벽이었다. 아직 동도 트기 전이었고 형사들은 오지 않았다. 동생이 떠난 후 얼마나 지났을까? 정복차림의 순경과 사복차림의 형사들이 들이닥쳤다. 어림잡아도 열댓 명은 넘어 보였다. 그들은 우리를 향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기억도 안나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엄마 옆에서 마음껏 울 수도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아빠의 상태는 너무 위태로워 보였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남편이 형사를 향해 아버님 정신 잃으실 것 같다며 형사들과 과학수사대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동도 트지 않은 새벽녘이었다.


"아우, 새벽부터 시끄럽게 이게 무슨 난리야?"


악의는 없었지만 무신경하게 내뱉은 아주머니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여전히 어둑어둑했고 동이 틀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6시도 되지 않았음을 그때서야 알았다.


우리 집에서 친정까지는 20여분 남짓 걸린다. 그날의 수신기록을 보니 아빠의 전화는 4시 50분에 걸려왔다. 그렇다면 나는 5시 10분쯤 친정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동생집과 친정까지의 거리가 대략 20km다. 새벽임을 감안하더라도 30분쯤은 걸렸을 거리다. 아빠는 동생한테 먼저 전화를 하셨을 것이고 아무리 빨리와도 5시 20분은 지나서야 도착했을 테고 옆집 아주머니가 내려오기 전에 떠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피 흘리며 쓰러져있는 엄마를 보고 20분 남짓 머물다가 동생은 떠나버렸다. 옆집 아주머니가 무신경하게 내뱉은 말에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봤을 때가 6시 전이었고 여전히 어둑어둑했었다. 얼마나 있었을까? 경찰서에서 형사와 과학수사대가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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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 s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환산하는 사람 소시오패스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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