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19 구급대와 파출소 그리고 과학수사대
형사가 도착하고 현장 조사가 시작되었다. 형사의 현장조사는 끝났지만 사망현장에 '칼'이 있기 때문에 과학수사대에 현장 감식을 요청했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절대 엄마를 옮기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연사나 병사가 아닌 외인사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사망자의 위치나 상태' 등이 변하면 안 되며, 과학수사대의 현장 감식이 끝나야만 장례식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도 했다.
10. 무심하지만 예의 없었던 현장감식
얼마뒤 과학수사대가 왔고 현장 감식을 한다며 엄마의 하의를 벗기고는 검사를 시작했다. 지금이야 왜 그랬는지 이해하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진 않았었다. 과학수사대의 감식은 계속되었고 활짝 열어젖혀진 대문 사이로 벌거벗겨진 채 조사를 당하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나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고 남편은 언제까지 검사를 해야 끝나냐고 과학수사대원에게 물었다. 거의 다 마무리되어 간다고 기다리라 했지만 이미 시간은 7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해가 훤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출근하는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문을 닫으면 형사들이 문을 열어젖혔고, 남편은 다시 문을 닫았다. 그들은 늘 있는 일이기에 무신경했겠지만 나에게는 엄마였고, 남편에게는 20년을 함께한 장모님이었으며, 아빠에게는 50년을 함께한 아내였다.그런 엄마에게 그들은 너무 무심했고 예의가 없었다.
남편이 화를 냈다. 문을 열고 닫기가 힘들면 제발 담요든 옷가지든 덮어라도 달라고 했다. 당신들의 어머니라면 저렇게 벌거벗겨진 상태로 둘 거냐고. 현장감식을 하든 현장조사를 하든, 예의는 지켜달라고 했다.
남편이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제야 형사들도 아차 싶었는지 커다란 담요를 가져와서 엄마를 덮어주었다. 문은 여전히 열어둔 채였지만. 드디어 현장감식을 마친 형사들과 과학수사대가 물러갔다. 장례식장으로 가야 하는데 동생이 없다. 동이 튼 지 한참인데도 잠깐 집에 다녀온다던 동생은 여전히 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올케가 전화기를 건넸다. 동생이었다. 지금 오고 있다며 엄마를 모실 장례식장부터 정하자고 어디로 하면 좋을지를 물었다. <A대학병원 장례식장, B장례식장, C장례식장>. A는 지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시설이 좋고, B는 고급지고, C는 교통이 편하고 어쩌고 하며 떠들어댔다.
듣기도 싫었고 잘 들리지도 않았다. 조문객들이 오시기 쉬운 곳으로 하라고 했다. 와서 정하면 될 것을 왜 전화로 하자고 하는지, 오겠다면서 왜 그러는지 그 때는 의문조차 들지 않았었다. C장례식장으로 결정했고, 엄마를 살리기 위해 달려왔던 119 구급차를 타고 엄마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우리도 장례식장으로 갔다.
소시오패스' s 나에게 더 이익이 되는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약속을 자주 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