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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Dec 09. 2023

북리뷰- 바쇼의 하이쿠는 그의 전부였다.

"초겨울 찬비

안타깝게 여기는

소나무의 눈"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로 알려진 하이쿠다. 초겨울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는 하이쿠의 지도자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선집>에 실려 있다. 바쇼는 일본 문학의 대표적 인물이며 하이쿠를 사랑하는 전 세계 문학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시인이다.


작년엔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일본 시인들의 하이쿠 모음집 <백만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 시를 읽다>을 아껴가며 읽었는데  이렇게 또 한 시인의 작품만을 모아논 시집을 보게 돼 반갑고 기쁘다.


인간이 세상에 와서 좋아하는 분야를 찾게 되고 그것을 위해 평범한 삶을 마다하고 오직 외길을 간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를 짓고 시를 가르치고 시를 좋아하며 세상의 물욕에서 벗어나 쓸쓸하고 험난한 길을 택해 고고하게 살다 간 바쇼의 넋이 가려 뽑은 350편의 하이쿠 속에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시는 쉽고 단순하지만 인간이 얼마나 고독한 존재인가를 열일곱 자의 언어 안에 담아 놓고 있다. 여행 도중 길 위에서 생을 마친 51세의 삶을 시를 통해 들여다보면 예술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가를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그가 하이쿠 지도자로 살면서 문화생들에게 했던 얘기가 책 속에 있어 소개한다. 추운 겨울 짧은 시 한 편으로 시린 마음을 위로하는 건 어떨까 싶다.


" 그대 자신이 미리 가지고 있던 주관적인 생각을 벗어나지 않으면 자기 생각을 대상에 강요하게 되고 배우지 않게 된다 "


"소나무에 대해선 소나무에게 배우고, 대나우에 대해선 대나무에게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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