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명흔 Sep 17. 2023

06   함민복 시인의 '가을 '

가을


함민복 시인


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 산책을 다. 오늘 숲 속 산책길은 가을 느낌이 났다. 노랗게 물든 산벚나무잎이 발아래 수북하고 숲 속 여기 저기에서 도토리 빠지는 소리도 들리고 흙내, 풀내 같은 묘한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걷는 내내  비 온 뒤 가을 숲의 정취를 더해 줬다.


아침 먹고 차 한잔 하다 거실 책장의 시집들을 둘러 봤다.  아무렴. 그렇지. 가을엔 시만  읽을거리도 없지. 박성우, 이문재, 나희덕..., 시인들의 시집이 눈에 들어왔지만 오늘은 왠지 이 시인의 이름이 크게 클로즈업 됐다. 


 함민복. 함민복 시인하면 나는 먼저 가슴을 찡하게 했던 산문 <눈물은 왜 짠가>이 퍼뜩 떠오른다. 모자가 나란히 식당에 들어가 아들에게 고깃 국물을 더 먹이려고 주인 몰래 투가리에 소금을 더 집어 넣고 국물을 더 달라는 어머니의 가없는 사랑이 담긴 이야기는 지금  다시 봐도 감동이다.


어디 산문만 그런가. 그의 시편 중에서 '선천성 그리움'이란 시 또한 사랑시로  촉촉함이 방전된  일상에 감성충전하기에 이만한 시도 없지 싶다.  아마  시인의 시 중 가장 짧은 이 시도 그렇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절절함어떻게 이렇게 한 줄에  간명하게 담았을까! 아침 산책 덕분일까. '가을'이란 한 줄 시가  따뜻한 여운으로 이어지는 걸 보면




이른 봄날 산챜길에 찍었던 사진에 써본 함민복 시인의 가을 시



매거진의 이전글 05 박은영 시인의 '브라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