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을 했다. 오늘 숲 속 산책길은 가을 느낌이 났다. 노랗게 물든 산벚나무잎이 발아래 수북하고 숲 속 여기저기에서 도토리 빠지는 소리도 들리고 흙내, 풀내 같은 묘한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걷는 내내 비 온 뒤 가을 숲의 정취를 더해 줬다.
아침 먹고 차 한잔 하다 거실 책장의 시집들을 둘러봤다. 아무렴. 그렇지. 가을엔 시만 한 읽을거리도 없지. 박성우, 이문재, 나희덕..., 시인들의 시집이 눈에 들어왔지만 오늘은 왠지 이 시인의 이름이 크게 클로즈업 됐다.
함민복. 함민복시인하면 나는 먼저 가슴을 찡하게 했던 산문<눈물은 왜짠가>이 퍼뜩 떠오른다. 모자가 나란히 식당에 들어가 아들에게 고깃 국물을 더 먹이려고 주인 몰래 투가리에 소금을 더 집어 넣고 국물을 더 달라는 어머니의 가없는 사랑이 담긴 이야기는 지금 다시 봐도 감동이다.
어디 산문만 그런가.그의 시편 중에서 '선천성그리움'이란 시 또한 사랑시로 촉촉함이 방전된 일상에 감성충전하기에 이만한 시도 없지 싶다. 아마시인의 시 중 가장 짧은 이 시도 그렇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절절함을 어떻게 이렇게한 줄에간명하게 담았을까!아침 산책 덕분일까. '가을'이란 한 줄 시가 따뜻한 여운으로 이어지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