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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건, 그래도 아직은 젊은.

노년의 삶

by megameg

나이 든다는 건, 그래도 아직은 젊은.


보고 싶은데 언제오니?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니?"

엄마가 전화하셨다. 만난 지 3주쯤 되면 성화시다. 오래 참으셨네.

안 그래도 가려했는데.


새벽부터 뽀얗게 화장하시고 이불을 덮어 주신다.

"엄마 어디가?" "오빠 깨워서 병원가야 된다." 어?! 캄캄한 새벽에 문 여는 병원이 어디 있냐고 해도 막무가내로 환자가 많아서 일찍 연다며..

혼자 나가시다 넘어져서 다친 무릎도, 허리도 오래 사용했으니 아프시겠지.

"엄마~ 오빠 힘들어. 깨우지 말아요!!" 아들 힘들다는 말에 겨우 방에 들어가신다.


작년 11월 말쯤 우리 집에 오셔서 김장도 같이 해 주시고 가신 후, 일주일 쯤 후에 쓰러지시고 회복하신 후, 오빠네는 하루, 이틀이 아니고 늘 새벽마다 몇 번씩 실랑이를 하나보다. 치매 초기 증상인 건 생각도 못했다.

정신을 완전히 놓으신 건 아닌데 당신 생각만 하신다. 자식들 말은 듣지 않으신다.

옆을 돌아보지 않으신다. 그래서 고집을 부리신다.

그래도 밥 먹어라, 따뜻하게 입어라 늘 하는 자식 걱정은 놓지 않으시네. 참내!

에고~ 엄마!!


우리는 일찌감치 요양원이나 실버타운을 잡아놓아야 할 듯하다.

내 생각은 자식들과 오랫동안 더 애틋하게 관계를 유지 하려면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듯해서다.

자식들은 부모님 걱정해서 조심시키는데, 당신 생각처럼 몸이 못 움직이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시고 고집부리시니 서로 힘들고 관계만 더 나빠지는 상황이 되는 듯하다. 그러려니 인정하며 살긴 하지만 그런 상황이 쌓이면 좋은 마음들은 어디로 가버리고, 속상하고 힘들다.


그렇지만 울 엄니, 울 엄마의 말씀을 들어보면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요양원에 가는 건 버림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 하신단다. 죽기 전에는 못나오는 곳이라고 하신다.

아마 편찮으셔서 돌아가시는 것인데 그렇게 이해하시나 보다.

그리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고 이해는 된다.

안타깝고 마음 아프다.


점점 더 깊은 노년으로 가는 우리는, 이제 살면서 뭔가 자꾸 놓치거나 뭔가 자꾸 이상한 상황에 놓이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60이 넘어가면서 하게 됐던 첫째 기도제목이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힘들지 않게, 나도 힘들지 않게 편안히 온전한 정신으로, 그래도 온전한 몸으로 있다가 천국 가는 것. 욕심일 수 있고, 내가 할 수 없으니 기도해야지.


외출하려면 교통정보를 보고 또 보고 확인하고 또 한다.

스스로를 못 믿고 하는 행동들이 순간 훅~ 서글퍼져서 차창을 내다보며 눈물을 찍어내기도 한다. 그나마 그렇게 할 수 있어서 감사긴 하지만, 나이듦에 따른 불편함이 속상하기도 하다.

운전을 해볼까?! 췟!! 이제 와서?! 장롱면허가 운다.

속도를 감당할 수는 있고?! 생각해 보자. 100세 시대다.


이리저리 볼 일 다 보고 돌아가는 이 시간 오만가지 생각들에 또 눈물을 찍어낸다.

다행히 다들 폰 보느라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서 감사다.


아~

남부터미널역은 오래전에 지은 역사라서 에스컬레이터가 없다.

마지막 열 일곱계단 오를 때는 너무 힘들어 주저앉고 싶고, 욕 나온다.

계단은 좁고 오가는 사람들이 계단을 메우고 있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 같은 속도로 끝까지 올라가야 한다.

허벅지는 터질라하고 저릿저릿한 종아리도 힘들다.

아~ 엘리베이터는 어딘가 숨어 있을텐데.

그나마 내가 운동을 하니 이렇게라도 버티며 다닐 수 있는 것이니 감사긴 하다.


이제 버스만 타면 집에 간다.

힘내서 가자. 졸리다.

수지 -> 교회 -> 보훈병원 -> 교회 -> 강동경희대 장례식장 -> 남부터미널 -> 집


빡쌘 하루였다.

좀 쉽게 가자. 쉽게.

제발 몸살 나지 말자.


참!!!

- 사랑하는 내 아들딸아~ 혹시 내가 혼자 숨을 쉬지 못하고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된다면 제발 내 몸에 주렁주렁 생명 연장선들을 달지 말아주렴. 그것도 너무 버거울 것 같아~

그냥 고단한 육신 내려놓고 천국 가서 자유롭고 싶다. 얼마나 편안할까?!!

아빠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헤어지는 슬픔이 있겠지만 건강하게 살도록 노력할 테니 지금 많이 봐두고 그때는 그냥 보내주렴-


엄마가 2018년 12월에 쓰러지시고, 2023년 3월에 돌아가셨다.

이 글은 2019년에 오빠가 모시고 살던 엄마에게 오가며 했던 생각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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