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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자(?)의 변

시간 죽이기

by megameg

게임 중독자(?)의 변


폰 게임을 왜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도 유명해서 이름을 알게 된 테트리스나 에니팡인가 뭔가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중독이 되는 것은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게임을 시작하고 맛을 들인지 세 달이 넘었나보다.

잠이 들지 않는 야심한 밤이나, 새벽에 깨서 잠 못들 때, 그 시간에 책도 못 읽겠고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새 내가 짱을 먹고 있었다. 헐!!! 그것도 모르고 마냥 숫자를 더해서 지워나가는 재미에 빠져 있는 중,

홈에 이것저것 있길래 열어 봤더니 내 점수와 다른 사람들의 점수가 순위대로 나열 되어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간간이 토너먼트도 하고 있었고, 이벤트 어워드도 받았었나 보다.

지난주에 총점 12만 점이 넘어서 받은 금메달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아니 벌~써 넘어갔고, 이번 주에도 새로운 토너먼트도 있었지만, 난 무심히 그냥 게임에만 열중했던 거였다.

더는 욕심도 없고, 그냥 심심할 때 심플하게 산수나 하는 정도면 좋다.

그래도 1등을 했다니 기분은 좋다.

이게 뭐라고 등수가 나오니 자꾸 찾아보게 된다. 그래도 계속 20등 안에는 들어있네. 나참!!

많이 하면 할수록 점수가 오르니 등수도 오르나 보다.


숫자를 가로세로대각선 방향으로 더해서 10이 만들어지거나, 같은 수이면 지우고, 바로 앞줄의 맨 끝에 있는 숫자와 바로 밑줄의 맨 앞에 있는 숫자끼리도 지울 수 있는 숫자 퍼즐게임이다.

가로 9칸에 무한대로 세로 줄이 있고 거기에 기본으로 1단계에서는 35개의 숫자들이 네 줄에 걸쳐 주어진다. AI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이겠지?!

세 번의 도우미찬스가 주어지고, 도우미가 더 필요하면 광고를 (5초, 10초, 30초, 60초) 봐주면 도우미찬스가 더 주어진다. 광고를 없애려면 돈을 내야 되는 것 같다. 더 이상 더해지는 숫자가 없으면 다섯 번까지 숫자가 더 제공 된다. 그 전에 숫자들을 다 지우면 레벨이 넘어가고, 숫자들을 지우지 못하면 화면 가득 숫자들이 마구 지저분하게 널려 있고 결국엔 레벨 다운, 첫 레벨로 돌아간다. 에이!!! 크크크크크


그렇다고 한 번에 너무 오랜 시간하면 눈이 뱅글뱅글 돌아 잘 보이지 않는다.

헐!! 사람의 시야가 이렇게나 좁은가? 하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 바로 옆에 있는 것이나 바로 다음 줄에 있는 것도 못 보고 엄한 곳에 있는 숫자들을 맞추거나 도우미 찬스를 사용하게 되기도 한다.


때론 멀리 있는 숫자와 지워야 되기도 하니 참 다양하게 안목도 넓혀서 주위도 살펴야 된다.

집중은 필수. 어떻게 하던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게 순차적으로 지워야 수월하고, 주위 숫자들도 봐가며 다음에 지워질 숫자가 있는지도 살피며 해야 되는 것이지 아무 곳에 있는 숫자와 연결의 합이 ‘10’이 된다거나 같은 숫자라고 지우면 낭패를 보기 쉽다.

뭐 낭패라기보다는 그 레벨을 길게 하거나 다시 처음 레벨로 돌아가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거지.

그러니 중간 중간 눈을 쉬면서 아주 몇 시간은 잊고 있다가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마냥 시간만 투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또, 결정하기 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머리보다 손이 빠를 때가 있어서 손이 먼저 일을 저지르지 않게 다스려야 한다.

참 어렵다. 무엇을 할 때 기다린 후 실행한다는 것은.

그래서 게임을 할 때도

1.집중하기 2.안목 넓히기 3.시야 넓히기 4.기다리기 5.확인하기 6.나의 한계점 알기 등이 필요하다.


어느 날은 ‘8’이 부드러운 듯 퍼즐칸을 가득 채우고 괴롭힌다.

어느 날은 ‘1’이 화면 가득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어디 한 번 지워보시지’ 하며 노려보는 듯, 번뜩인다.

이런!!!

또 어느 날은 삐쭉삐쭉 ‘4’가 아주 어지럽게 널려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나를 누른다. 우쒸!!

또 어느 날은 ‘7’이 ‘할 수 있겠어?’ 하며 여유자적 동정어린 느낌으로 늘어서 있다.

주로 이런 숫자들이 내 눈에 들어와 나를 괴롭힌다. 그러고 보니 2, 3, 5, 6, 9는 대체로 들어나지 않는 것 같다. 왜?!

어떤 때는 숫자들이 다들 지워지지 않기 위해, 약 올리려고(?) 한 칸씩 틀어지고 한 칸씩 비켜있는 것 같은데 유독 1, 4, 7, 8은 더 많이 보인다. 왜 일까?! 숫자에 대한 나의 편견인가?! 무슨??

별게 다 사람을 우습게 만든다. “아오~ 약 올라!! 어오~ 쪼끔만 옆으로 가 줄래?” 그런다고 꿈쩍이나 할,

애들이 아니지만 멍청하게 혼자 들여다보며 기 싸움을 한다. 참내!!!

어떻게 되었던지 간에 한 번 시작하면, 시간은 순삭 된다. 이것을 참으로 개탄해 마지 해야 되는데 벗어나지 못하고 찌질하게 매여 있으면 그 날은 망!하!는! 거다.

숫자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아이들 초등학교 때 도서실 봉사하면서 책 바지회를 해마다 했었다.

출판사에서 갖고 오는 책, 나눠 읽고 싶은 책, 도서실에서 남는 책 등 여러 가지를 놓고 싸게 구매 가능하게 하는 행사였다. 아마 학교 행사에 맞춰서 같이 진행했던 것 같다.

하루는 내가 카운터를 보고 있었는데 그때 정산에 오차 없이 잘 끝냈던 기억이 있다.

판매된 책의 가격의 합산을 잘했다. 다른 분이 아니라고 해서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언제나 내가 맞았던 기억이 있다. 그럴 때는 잠시 뿌듯했었다. 그럴 새도 없이 바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머리가 좋거나 그렇진 않다. 잠깐잠깐 순간순간 생각해서 단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라 그렇게 어렵지 않다.-

여보랑 외출할 때, 난 옆에 앉아서, 어느 정도 책을 읽고 나면, 눈이 피곤하고, 멀미 기운이 올라와서 딱히 다른 것은 할 수도 없으니 앞 차들 번호판 숫자 더하기를 한다.

언제부턴가 운전을 하면서도 앞서 가고 있는 차들의 번호판이 눈에 들어왔다. 운전하는 일 외에 다른 것은 할 수 없으니 앞 차들의 번호판 숫자들을 더하기 시작했다.

내가 더해본 바로는 숫자의 합이 50이 넘는 것도 있고 10이 안 되는 번호판도 있다. 운전할 때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어느 날이었다.

모임을 끝내고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서산에서 오는 고가도로와 내가 가야하는, 우회전해서 국도로 들어서는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의 일이다.

나는 우회전했고, 한 개 차로가 없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왼쪽 차로로 진입을 해야만 했다.

그날은 차가 많았고, 방향등을 켜고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서산에서 오는 차와의 거리가 꽤 떨어져 있었고, 그 차가 오면서 속도를 조금만 줄이기만 하면 별문제 없을 것 같아서 기다린 끝에 딱 기회가 되어 빠르게 진입을 했고, 잘 들어와서 자리 잡고 움직이고 있는데, 뒷 차가 크락션을 울려대며 난리가 났다.

지 앞으로 들어왔다고 그러는 건지.

나중에 보니 그 차는 우측 도로로 진입을 하려는 것이었던지 우측 내 옆으로 오더니 창문을 열고 삿대질을 하며 뭐라고, 뭐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데 그 차는 방향등도 켜지 않았으니 내가 알 도리가 없었는데 뭐래는 거야?

그러면서 못 본 척하고 있다가 앞으로 가길래 습관대로 번호판을 보니 합이 ‘18’이었다. 햐아~

그렇군!!!


굳이 말하자면 이런저런 일들이 내가 숫자를 싫어하지 않는 이유고,

숫자 게임을 즐겨하게 된 이유겠다.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지만 내심 찔려서 나름 ‘변(辯)’을 해본다.

흠~ 낱말 퍼즐도 재미있긴 한데. 여튼 적당히 하자!!

사실 내 차 번호판의 합도 ‘18’인건 안 비밀. 크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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