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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말할 수 있다.

쉼이 필요해

by megameg

이젠 자기 몸 챙기지 않고 감기 걸려 고생하는 여보가 힘들다.

약도 챙겨 줘야 먹고, 쉬지도 않는다. 도대체 왜?!

맘은 청춘이겠지. 그러나 몸은 아니거든요?!

어느덧 6년이 흘렀네.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이젠 말할 수 있다.

여보가 입원했다. 그렇게 튼튼하고 건강하던 여보가 입원을 했다.

감기로 열꽃이 올라왔는데도 쉬지 못하고 사무실 나가며 버티더니 알러지인지 두드러기처럼 온몸에 퍼졌다. 입원하자고 그렇게 말해도 안 듣더니 덜컥, 겁이 났나 보다.

병원 가보자고 나설 채비를 했다.

그래서 여기서 제일 큰 병원에서 진료받고 검사하니 간수치가 많이 높아졌다고 입원 치료하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진작 쉬었어야 했다. 입원했어야 했다.

징조가 보인 건 한 달쯤 전부터인 듯하다.

기운 없고, 기력 없고, 식욕 떨어지고.

그즈음부터 일이 한꺼번에 몰리던 시기이기도 했단다.


무슨 일만 보면 바로바로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 보이는 일을 놓고 쉬는 건, 생각도 못한다.

또 고객들은 큰돈 내고 하는 일이고, 일이 빨리 진행되길 바랄 테니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해줘야 된다는 식이다. 주말, 주일에도 늦잠 좀 자고 사무실 나가서 5~6시간씩 일했다.

그렇게, 그렇게 해서 낯선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거라 했다. 안정되어 쉬엄, 쉬엄, 편히 일을 해야 할 나이이건만 모험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으로 몰리고 보니 여유롭게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안 하는가 보다.

에효!

당진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마누라까지 불러 내렸으니 더 열심히 버텨내느라, 버텨내느라 쌓인 피로가 이제 다 드러나나 보다.


독감은 아니라 하고 감기 기운은 거의 나간 것 같지만, 몸통, 얼굴, 손발까지 아이언맨도 아니면서 갑옷을 입 듯이 두껍게 벌겋게 올라온 두드러기가 내려가야 하고, 간수치가 떨어져야 하는데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피부과가 없는 당진종합병원에서 3일째 되던 날, 두드러기가 너무 심해서 쇼크가 올 수 있으니 대학병원 응급실로 빨리 옮기라고 해서 아산병원, 천안단대병원을 알아보니 아산은 병실이 없다 하고 천안 단대병원 응급실로 들어와서 피부과로 입원한 지 이제 4일째다.


여기 와서 들은 얘기로는 눈 속, 입 속까지 발진이 번지지 않은 것으로도 감사해야 했다.

또 감사하게 매일, 매일 다르게 두드러기가 호전되었고, 간수치도 조금씩 내려간다고 한다.

눈도 못 뜨게 부어올랐던 얼굴은 거의 회복된 듯하다. 팔꿈치에서 손까지, 무릎에서 발까지는 아직 두꺼운 아이언맨 갑옷을 못 벗고 부어 있다.

조직검사 결과도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3차 신경통 약과 비상 감기약이 섞이면서 약물 부작용으로 생긴 것 같다고 추정한다.


좀 나았다고 그제부턴 직원과 전화로 일한다.

이젠 나가도 된다고 혼자 진단하고 말하니 교수님이 웃어 넘기 신다.

아산에서, 부산으로, 당진으로 다니며 주말부부로 생활한 지 5년여 동안 쌓인 피로를

다 풀어내야 했나 보다.


밤새 잘 자고 아침 먹고 또 콩 푸하며 잘 잔다.

입맛도 돌아왔는지 식사도 잘하고 군것질까지 찾는다.

얼마나 감사한지! 얼마나 보기 좋은지!

덤으로 얻은 것은 병원에 있는 동안 금연할 수밖에 없었으니, 자동 금연 모드다.


나도 이젠 집에 가서 자야지.

보조 침상은 좁고 춥다.

우리 둘 다 고단백식 필요. 고비타민 필요.

여보야!!

이참에 푹 쉬자고요.

와중에 차를 갖고 다니는 하요니는 뒤에서 받치는 사고를 당하고 차는 카센터로 하요니는 매일 물리치료 중. 다행하게도 급브레이크 밟은 앞차 안 받으려고 등을 의자에 딱 붙이고 뻗쳐서 많이 다치진 않은 듯하단다. 내가 면허는 있어도 무서워서 운전을 못하니, 엄마 모시고 당진으로 천안 병원으로, 학교로 다녀야 해서 또 피곤, 피곤. 딸도 쉬어야 할 듯.

미안한데 어쩔 수 없으니.

일주일이 이!렇!게 길었다.

여보 생일, 내 생일, 우리 결기까지 있었지만,

지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말까지 행사는 땡이다!!

휴!!

그래도 이만하기에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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