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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악플과 컴플레인

by 부자형아

드디어 순이익 500만 원 달성.

지난달 정산은 다음 달 초에 이루어진다.

카드 결제 대금이 2~3일 후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매출이 아닌 순이익이다.


그동안 고생한 대가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이게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수호였다.

장사라는 것이 기복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한 달 동안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본 것은 처음이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장사를 할 때 사람들은 항상 매출을 이야기한다.

연 매출 10억, 월매출 1억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까보면 막상 순이익은 얼마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장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려면 순이익을 계산할 줄 알아야 한다.


매출만 생각해서 돈을 많이 번다고 착각하면 어느새 빚만 남아있을 것이다.

수호는 동대문에서도 매출과 순이익을 계산하던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순이익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기쁨도 잠시.

영수증 리뷰에 악플이 달렸다.

맛이 형편없단다.

처음 보는 악플에 갑자기 몸과 머리가 뜨거워졌다.

어떤 의도로 이런 악플을 남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추측만 해볼 뿐이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

‘그냥 누가 장난친 건가?’


이 악플을 손님들이 볼까 무서웠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하나씩 리뷰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새로운 후기가 달리면 이 악플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테니 말이다.


영수증을 뽑아 후배들에게 사진으로 보내준다.

기특한 후배들은 바로 후기를 달아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 페이지에 있던 악플은 뒤로 사라졌다.

죄를 짓는 것 같기도 했지만, 악플을 지운 건 아니니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인생에서 첫 악플이다.

수호는 이 악플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얼마나 고생고생하며 최고의 반찬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데 형편없다니.

그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열이 받는 수호다.

살면서 댓글이라는 것을 한 번도 달아보지 않았고, 읽어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악플이 계속해서 수호를 힘들게 하고 생각나게 했다.

직접 당해 보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

유명인들이 왜 악플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런데 이 악플을 잊게 해주는 사고가 터진다.


10월의 어느 날.

마감 시간이 다 되어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손님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어제 구매해 간 시금치를 가지고 오셨다.

그날은 다행히 비가 많이 와서 손님들이 거의 없었다.


“이거 어제 구매해 간 시금치인데 안에서 이렇게 머리카락이 나왔어요. 아니 대체 장사를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사모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 관리를 하는데 포장하는 과정에서 들어갔나 봐요... 환불해 드리고 다른 반찬도 좀 챙겨서 드릴게요!”

“내가 어제 우리 딸이랑 밥을 먹으려고 꺼냈다고 너무 역겨워서 진짜 토할 뻔했어요. 머리카락은 또 왜 이렇게 길어. 이거 먹었으면 어쩔뻔했어요. 관리 좀 똑바로 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저희 가게에서 제일 잘나가는 제육볶음이랑 잡채 드릴 테니 화 푸세요. 사모님. 제가 좀 더 관리해서 다신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수호.

3,000원짜리 시금치를 고기와 잡채로 보상해 드린다.

수 많은 장사 관련 책에 컴플레인을 대처하는 방법이 적혀있다.

컴플레인 고객이 만족할 만한 보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 딸이 이 동네에서 유명한 파워블로거인데, 어제 이거 후기 쓴다 그래서 내가 말렸어요. 이런 거 후기 올리면 소문나는 거 순식간인 거 알죠?

”네네 알죠.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 계란말이도 하나 더 넣었어요! 죄송합니다. 사모님.

“에이, 뭘 또 이렇게까지.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내가 다시 딸한테는 잘 얘기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비 많이 오니까 조심히 들어가세요.”

퇴근하시면서 자주 방문해 주시던 단골손님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컴플레인을 걸 줄 몰랐다.

물론 머리카락이 나온 것은 명백한 수호의 잘못이다.

하지만 블로그나 맘카페에 올릴 수도 있다는 말에 수호는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특히 동네 맘카페에 컴플레인 내용이 알려지면 장사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호는 처음 겪는 일이라 더 두렵고 무서웠다.

혹시나 저 손님이 변심해서 맘카페에 글을 올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런 악플이나 컴플레인에 무더져 갔다.

하나하나 모든 걸 신경 쓰기에는 나의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고객이 가져온 머리카락이 들어있는 시금치를 냉장고에 넣는다.

내일 직원들에게 설명해 줘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시금치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음날 직원들에게 보여주면서 앞으로 조심하자고 이야기 하는 수호.

한 번씩 더 봐주고 체크해 주자는 의미로 이야기한 것이다.

근데 실장님은 범인을 잡아야 했던 것 같다.

자신이 만든 시금치가 컴플레인이 생겼다는 것에 마음이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시금치 안에 있던 머리카락을 쭈욱 잡아당기더니 홀직원과 주방보조 직원을 번갈아 보면서 비교하더라.

콕 집어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주방보조의 머리카락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방보조 직원의 표정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본인도 속상하고 미안해하는 표정이다.

시금치를 손질하고 완성된 반찬을 옮기는 도중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아쉬운 건 실장님이 굳이 서로 보는 자리에서 꼭 비교를 해야 했나 싶다.

그 뒤로 실장님은 그 직원을 계속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주방보조 직원의 머리가 좀 긴 편이긴 했지만 그걸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머리를 자르라고 할 수도 없고, 모자는 쓰고 일했으니 말이다.


일하는 시간이 하루에 3시간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주방일이라는 게 엄청 힘들다.

실장님도 분명 그걸 아시는 분인데 그 사건 이후로 주방보조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어느 날은 주방보조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수호가 조금 도와줬더니 저녁에 실장님께 문자가 왔다.

‘내가 힘든 건 안 보이시고 젊은 여자가 힘든 건 보이시나 봐요?’

‘사장님은 내가 나이가 많아서 싫으신 거죠?’

‘나랑 얘기하기 싫어서 이어폰 끼고 일하시는 거죠?’


실장님을 뽑은 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호를 너무 피곤하게 한다.

수호가 비위도 맞춰야 하고 같이 일하면서 이야기꽃도 피워드려야 한다.

뉴스에서 사건 사고가 터지는 날엔 오전 내내 그 이야기로 논문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장님 실력이 좋으니 사장인 수호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언제 그만둔다고 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수호는 반찬을 만들면서 한쪽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화를 받기도 좋고, 중간중간 부동산 강의도 듣는다.

하지만 실장님은 뭔가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에는 꼭 저렇게 문자를 보내곤 한다.

정말 사람을 써서 장사를 하고 사업을 키워가는 게 맞는 것일까?


‘내가 잘못 알고 있나?’

‘내가 사람을 잘못 뽑은 건가?’

‘내가 부족한 것이겠지?’


어떤 게 문제고 정답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주방보조 직원은 입사한 날부터 1분도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

그냥 봐도 힘들어 보였다.

주방보조 직원이 힘들어서 그만두게 되면 우리도 힘들어진다는 것을 실장님께 이야기했지만, 소용없었다.

또다시 저녁에 문자가 올 뿐이었다.


‘걔는 고작 하루에 3시간 일하면서 뭘 그렇게 힘들어할까요? 나는 9시간씩 일하는데’

‘사장님은 젊은 여자만 좋아하시나 봐요’


시금치 하나가 이렇게 수호를 힘들게 했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본인이 마음에 드는 직원으로 바꾸고 싶었던 것 같다.

근데 마음이 딱 맞는 직원을 뽑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수호는 결국 주방보조 직원을 내보내고 그냥 본인이 더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실력이 좋은 실장님을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새로운 직원을 뽑는다고 한들 비슷한 상황이 쳇바퀴처럼 굴러갈 것 같았다.


수호는 주방보조 직원을 불렀다.


“많이 힘들죠? 실장님이 쉬지 않고 일을 시켜서... 내가 미안해요.”

“사장님께서 왜 미안해하세요... 사장님도 하루 종일 일하셔서 힘드실 텐데... 실장님은 제가 싫으신가 봐요.”

“그건 아닌데 원래 성격이 좀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이번 주까지만 일해주시고 더 편한데 찾아보세요. 여기서 더 일하면 내가 너무 미안해질 것 같아서 그래요.”

“네네. 저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와요. 반찬도 서비스로 많이 줄게요.”


실장님은 아마 지금까지도 그 직원이 스스로 나갔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이것뿐이랴.


어떻게 하면 고객이 더 많이 방문할까,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반찬을 만들까,

어떻게 하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수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

이런 게 자영업이고, 이런 게 사장이라는 것을.


그리고......

눈에 보이는 좋은 것들만 믿고 섣불리 뛰어들지 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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