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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으악! 폭탄이다!

by 부자형아

22. 으악! 폭탄이다!


실장님과 홀 직원이 싸웠단다. 듣고 보니 참 황당한 이유다.

해가 바뀌면서 최저시급이 올랐고,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이다.

실장님은 경력직이라 최저시급과는 무관했고, 새해가 되면서 20만 원을 더 올려주었다.

홀 직원은 새로 적용되는 최저시급으로 월급을 계산해 보니 167만 원 정도였다.

그래서 깔끔하게 170만 원으로 새롭게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작년보다 약 8만 원 정도 오르는 셈이다.


오해의 소지는 여기서 발생했다.

점심시간에 둘이 밥을 먹다가 홀 직원이 이런 말을 한 것이다.


“남편은 최저시급 받는 줄 아는데 사장님께서 3만 원 더 주시니까 남편 몰래 가지려고요”

정확히 말하면 3만 원을 더 주는 게 아니라, 월급을 170만 원으로 책정했을 뿐이다.


근데 실장님은 이 문제를 다르게 받아들였다.

수호가 홀 직원만 예뻐하고 고생한다며 3만 원을 더 줬다고 말이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실장님께서 오해하신 것 같아요. 아마 실장님이 저녁에 또 연락하실지도 몰라요. 실장님이 너만 왜 3만 원 더 받냐는 식으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3만 원을 더 받는 게 아니라 그렇게 계약서를 쓴 거라고 해명했지만...”


그래서 결국 한바탕했다고 한다.


‘하... 저녁에 또 문자가 오겠구나...‘


수호는 한숨이 절로나온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밤이 되자 장문의 문자가 날아왔다.


‘나는 거기서 일도 더 오래 했고, 새벽부터 나와 책임감 있게 일하는데 왜 사장님은 젊은 홀 직원만 예뻐하세요? 저는 결근, 지각도 한번 안 하고 조금이라도 장사가 잘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사장님 눈에는 제가 안 보이나 봐요? 젊은 여자는 잘 보이고, 늙은이는 안 보이시나 보네요.’


수호는 기가 너무 차서 할 말이 없었다.

실장이라는 사람은 최저시급이 오르면서 월급을 20만 원이나 올려줬는데...

이게 지금 할 소리인가??

본인이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수호는 정말 지긋지긋했다.

직원을 많이 쓰는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일이 발생할 텐데,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

이걸 또 어떻게 해명해야 하나 밤새 고민에 빠지는 수호였다.


다음날.

어찌저찌 이야기하여 실장님과 오해를 풀고 난 후, 매장에 온 우편물을 확인하였다.

2021년 하반기 부가세 납부서를 보던 수호는 눈이 잘못된 줄 알았다.

부가가치세가 416만 원이 나온 것이다.

말 그대로 세금 폭탄이었다.

이게 맞는 건지 놀라서 수호는 바로 세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저희 부가세가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요?”

“사장님께서 그만큼 버셨으니까 나온 거겠죠? 매입자료 더 주실 건 없다고 하시길래 그렇게 마감한 거예요.”

“아니 작년 7월에는 400만 원을 환급받았는데 이번엔 400만 원을 내야 하는 게 맞아요?”

“작년에는 사장님께서 오픈할 때 인테리어나 쇼케이스 같은 걸 사시면서 매입자료가 많았어요. 근데 이번엔 카드사용 내역이랑 의제매입세액 공제까지 해도 별로 없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많이 못 벌었는데요? 인건비도 나가고, 식비랑 자재도 많이 나가서...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요?”

“인건비는 부가세에 포함되지 않아요. 인건비는 소득세 신고할 때 비용으로 처리하는 부분입니다. 아니면 추가로 매입자료를 받아오셔야 해요.”


지금 한 달 평균 순이익이 400만 원인데, 부가세로 416만 원을 내야 한다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았다.

분실 방지를 위해 항상 카드를 사용했고, 도매상들에게도 매번 굽신거리며 매입자료를 받아왔는데도 이렇게 세금이 많이 나오다니...

새해 첫 달부터 열심히 일해도 부가세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는 셈이다.

원금 회수는 고사하고 생활비와 대출이자 내기도 빠듯해 죽겠는데 큰일이었다.


수호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다.


‘나는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게 없는데, 왜 더 내는 것만 같지??’


부가세가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책에서 읽은 적은 있지만, 세무사가 알아서 해줄 거라고 대충 넘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납부해야 할 세금을 매달 조금씩 모아두라는 문구가 갑자기 떠오른다.

자영업자의 순이익을 전부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글귀도 함께 말이다.

이게 정말 말로만 듣던 세금 폭탄인가 보다.


수호는 1월에 장사로 번 돈과 비상금을 합쳐서 겨우겨우 납부했다.

생뚱맞게 너무 큰 지출이 생기니 뭔가 억울했다.

4대 보험도 매달 100만 원씩 납부하고 있는데, 부가세까지 내고 나니 너무 허탈한 수호였다.

그렇게 남는 것 하나 없는 1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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