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코로나가 절정을 향하고 있었다.
누적 확진자 수는 70만 명을 넘어가는 상황이었고, 하루 확진자는 4,000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이라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 같았다.
수호는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겨울에는 야채값이 폭등하고 손님들의 방문이 주춤하기 때문에 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코로나 효과로 장사는 그럭저럭 잘 되는 편이었다.
하지만 1억이라는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장사에도 1년이라는 사이클이 있다고 하니 좀 더 경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수호다.
초중고 동창이자 수호의 죽마고우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연초라서 안부차 온 전화라 생각하고 받았다.
“박 사장. 오랜만이야. 할만해? 힘들어서 죽을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박 사장은 무슨. 그냥 노예처럼 일하는 중이다. 웬일이야?”
“다른 게 아니라 나도 떡볶이 가게 오픈하려고 하는데, 물어볼 게 좀 있어서.”
“뭐? 갑자기 자다가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미쳤어? 너 다니는 회사는 어쩌고?”
“회사는 계속 다니면서 사업 한번 해보려고. 주말에는 내가 일하고, 주중엔 수니가 할 거야. 그렇게 해서 낼 건 내고 나눠 가지는 구조로 가는 거지”
“돈은? 매장 차리는데 돈이 꽤나 들어갈텐데?”
“요새 주식 엄청나잖아. 주식으로 번 돈이랑 그동안 모은 돈 합쳐서 해보려고.”
“상재야... 그러지 말자. 왜 사서 고생을 할려고 그러니.”
코로나 이후 주식시장은 완전 불장이었고,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거기서 돈을 좀 벌었나 보다.
상재라는 친구와 마찬가지로, 수니도 수호의 초중고 동창이자 죽마고우인 친구다.
“동업이야 뭐야? 그럼 수니가 일하고 너는 매장을 차린다는 거잖아? 야야 아서라. 갑자기 무슨 떡볶이야. 요식업이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그런 거 같은데, 절대 하지 마. 진심으로 하는 얘기다. 특히 떡볶이는 더더욱 하면 안 돼.”
“벌써 계약은 다했어. 신규 프랜차이즈라 가맹비, 로열티도 없고 시설투자만 하면 돼. 앞으로 코로나가 더 심해지면서 배달업종이 엄청 잘 될 것 같아.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호는 1년 전의 자신을 보는 기분이었다.
의욕이 넘치던 그때가 떠오르는 것이 마치 데자뷔 같았다.
“미치겠다. 제발. 여기 선배가 얘기해 주잖아. 하지 말라니까. 진짜 너희를 위해서 얘기해주는 거야. 지금 보니까 주변에 떡볶이 집만 10개가 넘는 것 같은데 그걸 왜 거기서 한다는 거야. 진짜 큰일 난다니까?”
“어차피 우리는 배달 전문으로 할 거라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친구야. 나는 사업을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
“웃기고 자빠졌네. 인마. 너희가 하는 건 사업이 아니라 장사다 장사. 사업이 하루아침에 되는 줄 아냐? 장사랑 사업의 차이도 모르면서 무슨 사업이야. 책은 좀 봤어? 시장조사라도 하고 해야 될 거 아냐?”
“책은 다 필요 없어. 일단 몸으로 부딪쳐 보는 거지. 이거 하나 잘해보고 2호점까지 해볼까 고민 중이야.”
“너를 보니까 내가 처음 시작할 때가 떠오른다. 진짜. 아니 계약하기 전에 나한테 좀 물어보고 하지.”
“괜찮아. 잘할 수 있어. 요새 배달업종들이 엄청 잘 된다니까. 그건 그렇고 비품들 좀 싸게 구매하는 방법이나 알려줘 봐.”
벌써 계약까지 다 했다는데, 더 이상 얘기해봤자 우이독경이다.
수호는 본인이 알려줄 수 있는 경험과 정보들을 이야기해주며 격려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내가 반찬가게를 하겠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때 남들도 나를 저렇게 보았으려나?’
얼마나 바보같이 바라보았을까 라는 생각에 수호는 얼굴이 빨개진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한 가지만 이야기할 수 있다면 단연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반드시 그 업종을 3개월 정도 경험해 보고 창업에 도전하자”
3개월이 길다면 한 달만 해봐도 좋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세상에는 수호와 수호 친구들처럼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사람이 더 많다.
갑자기 뭐에 홀린 마냥 의지가 불타오르면서 나는 할 수 있다는 자만과 오만에 빠진다.
그렇지만 만약 한 달만이라도 그 업종에서 일을 해본다면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세상에서 얼마나 되겠는가.
수호는 이 친구들이 1년도 못 버틸 것이라 장담한다.
비관적이고 냉정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호는 상재와 수니의 성격을 잘 알고 있고,
매장의 위치나 상황을 보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이제는 경험을 통해 조금 알 것 같았다.
조만간 개업한다고 하니 선물이라도 들고 방문해야겠다.
걱정과 다르게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