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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기적의 10분.

by 부자형아

22년 5월.

드디어 코로나 방역이 풀리기 시작했다.

모든 시설의 영업 제한도 없어지고, 사적 모임 인원 제한도 사라졌다.

아직 확진자 수는 많이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정부도 방역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가게를 매도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한 개도 없었다.

프랜차이즈 계약기간이 3년이었기에, 양수 양도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양수 양도 방식으로 매도하기 위해선 매장의 매출도 잘 관리해야 한다.

매수자가 나타난 시점에 매출이 떨어진다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창업컴퍼니 실장도 매출 관리를 잘해야 하고, 빨리 팔기 위해 현금매출을 가짜로 올리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수호도 가끔 현금매출을 가짜로 올려보기로 한다.

매출이 77만 원인데, 3만 원을 올려서 앞자리를 8자로 바꾸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날에만 말이다.

하루는 은채가 마감을 도와주러 온 날이 있었다.

3만 원만 매출을 올리면 100만 원으로 바뀔 수 있었다.

매출 100만 원을 찍으면 기분이 좋아지겠다는 생각에 은채가 잠깐 나간 사이 현금 3만 원의 가짜 매출을 올려놓았다.

잠시 후, 마감을 하던 은채가 포스를 보더니 이상했는지 수호에게 물어본다.


“오빠, 여기 현금 3만 원이 5분 전에 찍혀있는데 이거 뭐야?”

“응? 3만 원? 아까 찍힌 거겠지.”

“아니야. 내가 오자마자 매출 봤는데 97만 원이었어. 근데 지금 100만 원인데? 나 오고 손님 아무도 안 왔잖아?”

“그래? 이상하다. 뭐 잘못 눌렸나 봐. 취소시켜.”

“포스 이상한 거 아냐?? A/S 받아야 하나?”


은채는 현명하면서도 눈치가 빠르다.

근데 눈치가 빠르면서도 약간은 눈치가 부족하다.

‘그냥 모르고 넘어가 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는 일도 정확하게 콕콕 잡아낸다.

아주 똑 부러진다.


겨우겨우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수호.

이런 가짜 매출도 수호의 비자금이 금방 떨어지면서 몇 번 하지 못했다.

3만 원의 매출을 더 찍으면 수호의 지갑에서 3만 원을 꺼내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은채는 4월 끝자락에 회사 복직을 했다.

아직 승원이가 10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 바짝 벌자는 것이 수호와 은채의 생각이었다.

수호가 자영업을 하고 있고 은채가 복직을 하다 보니 모든 일정 바뀔 수밖에 없었다.

은채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 유연근무를 하면서 아이들 하원을 담당하기로 하고, 수호는 새벽에 시장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다시 출근하기로 한다.


은채가 집에 도착하면 오후 4시 20분.

오자마자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간다.


수호가 홀 직원과 교대를 위해 집에서 나오는 시간도 오후 4시 20분.

나오자마자 수호의 빠른 걸음이 놀이터로 향한다.


수호가 홀 직원과 교대를 위해 가게로 출발해야 하는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이렇게 수호네 가족이 평일에 다 같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단 10분이다.

그것도 수호와 은채가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만들 수 있는 기적의 시간이다.


수호가 퇴근하기 전에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은 아침 일찍 은채가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다 같이 얼굴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수호는 이 소중한 10분 동안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아빠 가야 한다고 말하면 아직 말을 못하는 승원이를 대신해 나혜가 큰 소리로 외친다.

“아빠! 일찍 와야 해! 깜빡하지 말고!”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가야 하는 수호는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자영업을 시작한 뒤로 수호네 가족은 흔한 산책 한번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일요일에도 수호가 대청소를 하고 오면 아이들이 항상 밖에 나가자고 보채지만...

그때마다 은채는 아빠 쉬어야 한다며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곤 한다.


직장인일 때는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저녁 시간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자영업자가 되고 보니 가족과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야 깨닫는 수호다.

가게만 팔리면 가족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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