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업체에서 첫 손님을 데리고 왔다.
차로 20분 거리에 사는 분이었는데 와이프와 장모님이 반찬가게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알아보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수호네 매장 상태를 보더니 매우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했지만, 가격이 조금 비싸다며 돌아갔다.
컨설팅업체에서 제시한 금액은 1억 5천이었고, 매수자가 원했던 금액은 1억이었다.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해서 결국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하면서 적어도 1억 3~4천에는 매도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보는 수호다.
어느 날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가게 뒤쪽 미용실 사장님을 만났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요새 장사는 좀 잘 돼? 마트에 반찬가게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뭐 그럭저럭 버티는 거죠. 하하”
“우리도 이번 달까지만 하고 이제 접기로 했어.”
“왜요? 손님 많잖아요!”
“힘들어서 이제 그만하려고. 가게를 내놓은 지 1년도 넘었는데 한 명도 보러 안 오네. 미용이라는 게 기술이다 보니 배우는 사람도 많이 줄었고, 대부분 강남 같은 데서 매장을 오픈하더라고”
“사실 저도 가게 내놨어요. 너무 힘들어서...”
“사장님도 젊을 때 너무 힘들게 일하면 나중에 다 병으로 돌아와. 조심해야 해. 내가 평생 이렇게 일을 했더니 몸이 좀 안 좋아져서 그만두는 거거든. 결국 돈과 건강을 바꾼 꼴이야.”
“네네 알겠습니다. 그만두시기 전에 한번 들리세요”
“그래그래. 사장님은 부지런해서 뭐든 잘할 거야.”
“감사합니다”
나중에 부동산 사장님께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미용실 사장님은 암 투병을 시작하셔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셨는데도 이렇게 병이 생기다니...
수호는 이러다 자신도 암에 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억에 매수자가 나타났을 때 팔아야 하나라는 고민도 살짝 했지만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3천만 원이면 누군가에겐 연봉이 될 수 있는 금액인데, 가격을 너무 낮춰서 팔고 싶지는 않은 수호였다.
그렇게 미용실이 사라진 자리에 프랜차이즈 피자가게가 들어왔다.
바닥 권리금 500만 원을 주고 들어왔다고 한다.
업종이 전혀 다르니 바닥 권리금만 조금 받고 넘기신 모양이다.
수호가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는데 벌써 주변에 많은 점포들이 바뀌었다.
반찬가게 대신 커피숍, 미용실 대신 피자가게, 개인 카페 대신 밀키트가 들어왔다.
신기한 건 모두 프랜차이즈라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커피, 프랜차이즈 피자, 프랜차이즈 밀키트...
프랜차이즈로 창업을 시작하는 것이 쉽다고 판단해서 뛰어든 초보 사장님들일 것이다.
바로 수호처럼 말이다.
수호는 가게를 운영해 보니 프랜차이즈 창업에 들어가는 투자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시설 공사와 인테리어 비용에서 너무 덤탱이를 쓰고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수호와 비슷하게 대부분의 초보 사장들은 정보가 없고 어렵다는 생각에 프랜차이즈로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 비용이 높다는 것을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돈을 회수하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분을 모르거나 아니면 너무 쉽게 생각한다.
평균적으로 2년에서 3년 정도를 꼬박꼬박 모아야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그것도 본인이 한 푼도 안 가져가고 말이다.
간단히 계산해 보자.
한 달에 순이익이 400만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1년이면 4,800만 원이다.
한 푼도 안 쓰고 꼬박꼬박 모아야만 2년 뒤 1억에 가까운 돈이 모인다.
수호는 반찬가게를 오픈하면서 1억을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2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해야만 겨우겨우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매달 400만 원을 번다는 보장이 없다.
거기에 2년 동안 과연 한 푼도 안 쓰고 모을 수 있을까?
세금, 고정 지출비, 가족 생활비, 차량 유지비, 개인 생활비,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까지...
아무리 맞벌이를 한다고 하더라도 한 달에 400만 원을 벌어서 모두 저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결국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을 3년으로 생각해야 한다.
만약 3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시작해도 괜찮다.
그렇게 3년을 버틴다면 그 뒤로 매년 4,000만 원의 수익을 온전히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내가 아프지 않고, 아무런 사고가 없어야 하며, 추가 투자 비용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는 자산에 1억을 투자해서 1년 뒤 2억, 2년 뒤 4억을 버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잃을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열심히 배우고 공부한다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조금은 낫지 않을까.
수호는 자영업에 1억을 투자하였고, 3년 동안 힘들게 일하면서 내 돈을 찾아와야만 하는 그런 이상한 여행을 하는 중이다.
그렇게 내 돈을 찾아오는 여행이 끝나면...
아마 그때는 몸이 망가져 있을 것이고, 쓰던 기계나 기물들이 고장나기 때문에 또다시 시설에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3년이라는 이상한 여행을 하지 않으려면 정말 신중하게 고민해서 창업을 결정해야 한다.
수호가 시작할 때 이런 정보들은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었고, 알려주지 않았다.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과 창업 관련 책에도 쓰여있지 않았단 말이다.
수호가 나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안다.
수호가 힘들어한다면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대신 바보 같이 그걸 왜 시작했냐고 질타는 한다.
하지만 이제 수호는 자신의 과오를 후회하지 않는다.
자영업 경험이 수호의 인생을 바꾸는 큰 전환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말고, 피할 수 있는 시행착오는 모두 피해야 한다.
수많은 영상과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 아닌가.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제대로 계획한 여행은 참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수호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와 같은 이상한 여행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