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쾅쾅~~
“사장님!! 사장님! 저 좀 살려주세요! 빨리요 빨리!”
천장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홀 직원의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주방에서 조리를 하던 수호와 실장님은 깜짝 놀라 홀로 달려 나갔다.
처음엔 천장이나 벽이 무너진 줄 알았다.
달려가 보니 홀에 설치되어 있던 벽걸이 에어컨이 떨어진 것이다.
떨어지면서 아래쪽에 있던 저울과 랩핑기까지 덮치면서 완전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쪽만 떨어지면서 홀 직원이 순간적으로 잡아냈다는 것이다.
만약 잡지 못했다면 오른쪽마저 떨어지면서 앞에 있던 홀 직원이 크게 다쳤을지도 모르겠다.
손님은 없었지만, 에어컨이 떨어지면서 벽도 일부 같이 떨어졌고, 분진과 함께 기계 안에 있던 물까지 분수처럼 콸콸 흘러내리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벽걸이 에어컨을 작동시키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수호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니 공사를 어떻게 했길래 벽에 걸려있던 에어컨이 떨어진단 말인가.
아래쪽에 있던 저울은 살짝 부서졌지만 사용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
문제는 당장 써야 하는 랩핑기였다.
랩핑기는 완전 박살나서 사용이 불가능했다.
포장을 위해 기다리던 반찬들은 에어컨 물에 흠뻑 젖어 버렸고, 그 위에는 하얀 분진이 눈꽃처럼 쌓여있었다.
수호는 어렵게 만든 반찬들을 다 갖다 버렸다.
정말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
당장 에어컨 업체에 전화를 거는 수호.
“사장님! 작년에 에어컨 설치했던 반찬가게인데요! 벽걸이 에어컨이 떨어졌어요! 아래쪽에 있던 기계도 고장 났는데, 이거 어떡하실 거예요??”
“네? 에어컨이 떨어졌다고요? 제가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에어컨 업체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서 바로 달려오셨다.
보시더니 미안하다며 자기가 다시 달아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떨어지면서 에어컨 내부가 망가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
수호는 찝찝한 마음에 넌지시 바꿔 달라고 얘기해 보았지만...
사장님은 내부가 멀쩡해서 다시 달면 전혀 문제없다고 한다.
그냥 빡빡 우기면 바꿀 수도 있었지만, 마음 약한 수호는 알겠다며 빨리 고쳐 달라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랩핑기였다.
포장을 기다리는 반찬들이 줄을 서 있다.
본사에 전화하여 똑같은 기계를 빨리 구해야 한다고 했더니 수소문 끝에 종로에 있는 업체를 알려주었다.
옆에 있던 에어컨 사장님이 가격을 듣고 미안하다며 돈을 건네주신다.
에어컨 수리가 끝나고 보니 이번엔 좀 더 튼튼하게 고정을 시켜주셨다.
사장님은 앞으로 고장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자기가 바로바로 오겠다며 믿고 계속 쓰라는 이야기와 함께 번개같이 도망가셨다.
아마 다른 사람 같았으면 손해배상 청구를 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면서 말이다.
수호는 1년 전, 은채와 벽걸이 에어컨을 고를 때가 생각났다.
은채 말대로 가전은 역시 브래드를 골랐어야 했는데...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보다.
랩핑기를 다시 사 오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였다.
장사를 완전 망쳤지만, 홀 직원이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수호는 자기한테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열심히 살고 있는...
그냥 동네 자영업자 중 한 명일 뿐인데...
한숨만 절로 나온다.
이쯤 되면 굿이라도 해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