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의 교단 일기
역주행에 필요한 용기
20대에 전공서를 품고 학원가로 가기 위해 노량진 육교를 건넜다. 수업이 시작되는 시간에 육교를 반대 방향으로 건너, 카페를 찾아가는 길은 아주 사소한 선택이지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인파 속에서 나 혼자서 익명의 수많은 어깨와 부딪히며 역행하는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꼭 인생에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하는 일 같았다.
수험생이 매일 커피를 마시는 것은 사치라는 눈총 어린 메모를 독서실에서 받아가면서도, 유난히 노량진 하늘만 잿빛이라는 동 교과 수험생 친구의 푸념을 들으면서도 아침에 꼭 커피를 마시며 수험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른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실력이 부족했고, 노력이 부족했다고 정리하기엔 20대의 긴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일 년을 다시 계획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대학 동기들, 노량진에서 함께 공부하던 스터디원들은 합격 후 다른 세계를 살아가게 되면서 점점 연락이 소원해지게 되었다. 불합격의 운명을 같이한 동기들은 서로를 보면 불운의 기억이 떠올라 더욱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
기간제로 근무하면 다른 선생님들의 충언을 듣는다. 교육학은 이렇게 공부해보세요, 선생님 시험 다시 도전하셔야지요? 선생님과 같은 인재는 우리 학교 현장에 꼭 필요합니다. 나를 치켜세워주는 좋은 의도지만, 그 속에 담긴 가치는 서열이 분명하다.
꼭 같은 방향으로 걸어야 하나요?
나는 객관식 임용고사의 마지막 세대로, 시험을 위한 공부를 이제는 끝맺었다. 동료 선생님들이 보내는 그런 조언이 임용고사를 통과하여 반드시 정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되면 가끔 마음이 불편하다.
합격자는 자신의 합격을 운에 돌리고, 불합격자는 합격자의 합격을 실력으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그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자신에 대한 겸손의 태도로.
* 2020년 4월 기준 KEDI 통계에 따르면 전국 기간제 교사는 5만 7776명으로 집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