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의 고군분투 교단 일기
“지금 부동산 시장이 하락장이니 말이야, 우리가 집을 넓히려면 지금이 좋은 시기인 것 같은데. 우리 애들 방 넓혀주고 싶다. 내 집이 매매가 되냔 말이지. 금리가 올라서 대출 갈아타기가 무섭다. 아 이럴 때 딱 1억만 하늘에서 떨어지면 좋겠네. 내가 정교사가 되면 마통으로 1억은 저금리로 빌릴 수 있겠지?”
“교사면서 공무원이니 저금리로 당연히 되겠지.”
“부럽다. 나도 정교사 하고 싶다.”
진심을 담으니 말끝이 길게 늘어진다. 넓은 집에 대한 상상으로 기분이 좋았다가, 현실이 그에 미치지 못하니 실망감이 더욱 깊었다.
“근데 그 1억 자기가 벌면 되잖아. 교사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되면 되잖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강의 영상 녹화한다더니 해봤어? 내가 자기 초임 때 담임하는 애들 피자 배달하면서 복도에서 수업하는 거 들어봤는데, 잘해. 정말이야. 나 칭찬에 인색한 거 알지.”
남편은 내가 메가스터디 강사쯤이나 되는 줄로 아는 것 같다.
“난 사교육은 못해. 내 적성에 안 맞아. 돈을 받는 순간 학생과 학부모는 내 고객이라, 지금처럼 큰소리 못 칠 거 같아. 인성교육이니 뭐니, 다그치지도 못할 것 같고. 수업 준비 열심히 하는 거, 돈 받고 제공하는 서비스라 생각하면 지금처럼 자부심도 없을 것 같아. 그냥 난 공교육에 남고 싶어. 아효, 내가 무슨 수로 마통이 뚫리는 정교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담.”
하소연으로 끝났지만 남편의 추켜세움이 싫지 않았다. 날이 바짝 선 독설가 남편이 아내의 능력에 대해 묵혀두었던 칭찬을 던져주는 것이 때때로 힘이 되었다. 금융기관에서 신용을 인정받는 정교사가 부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뒷배가 든든한 것도 사실이었다. 다시 한번 ‘정말 그런 이유로 정교사가 부러운 것이 맞냐’ 묻는다면 그건 진실이 아니기도 했다.
고요한 교무실에 언성이 높아진다. 생활지도인가 보다. 어떤 이유로 또 어떤 아이가 어떤 선생님의 심경을 건드리었나. 하던 업무에 손이 바쁘면서도 귀는 그곳으로 가있다.
“너 선생님 안 볼 거야? 선생님 올해 이 학교 왔어. 앞으로 최소 4년은 여기 있을 거고, 너 졸업할 때까지 나 봐야 해. OO교과는 이 학교에 교사 나 하난 거 알지? 왜 이렇게 행동해. 왜 이렇게 앞으로 너랑 나랑 안 볼 사이처럼 행동하냐고.”
계약 만료를 곧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저런 이유로, 저런 방식의 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정교사가 부러웠다. 담임하는 아이들에게도 당장 다음 학기를 기약할 수 없는 내 신분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 임용고사를 바로 통과해서 나보다 한참이 어리지만 연차가 비슷한 것이 부러웠고, 어린 나이에 자기 이름으로 된 국평 아파트가 있는 것도 대단하고 부러웠다. 그런데 연차도 아파트도 내가 이미 가지고 있거나 시간이 지나면 채울 수 있는 것이지만, 아이들과 내년을 담보할 수 있는 처지는 내가 지금 당장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참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