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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안 Jan 12. 2022

이번 달 월급은 8만 원입니다.

기간제 교사의 교단 일기

핸디캡 많은 구직자

90일짜리 채용 공고가 교육청에 올라왔다. 출산휴가다. 연장 근무를 노려봄직 하다. 지원서를 급히 써본다. 대게는 90일 출산 휴가 후에 육아휴직을 연이어 쓴다. 3월에 채용 공고가 올라오는 1년짜리 계약직보다 장기 계약의 가능성이 더 있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학기 중에 급하게 나는 공고는 나처럼 핸디캡이 많은 근로자에게 제격이다. 나의 채용을 가로막는 조건들. 나이가 많고, 고용 중단된 시간이 길고, 아이들이 어리다는 것, 그래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은 면접장에서 추가 질문을 받을 정도로 관리자 입장에서는 마뜩잖은 조건이다.


이미 수많은 나의 경쟁자는 3월에 1년짜리 계약처를 꿰차고 열심히 학교 현장에서 노동력을 불태우고 있으리라.


쪼개기 계약 합시다

공교롭게도 90일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방학 불과 몇 주 전이다. 조금 불안해진다. 과연 2학기를 마무리할 기회가 주어질 것인가, 지금 계약이 만료되고 집에 가게 될 것인가, 가장 악수인 방학식날까지만 계약을 연장하게 될 것인가.


휴직자에게 연락이 왔다. 

'제가 병가를 쓸 예정인데 혹시 계약연장이 가능하신지요?' 

'언제까지 말씀이신가요?

'방학식 날까지만 근무해주시면 됩니다.'

정중한 형식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 생활기록부를 포함한 업무를 12월까지 다 마무리하고 방학 월급을 내어달라는 메시지다. 더군다나 병가대체 근무라니 기간제 교사 신분으로 더이상 근무를 하지 못하고 시간강사로 주당 수업 시수 만큼의 시급을 받을 악수까지 생각해야했다. 


결정이 어려울 때는 가장 기본적인 물음을 던져보면 된다. 일을 하기 어려우면 휴직을 하는 것이 맞고, 그 보다 월급이 아쉬우면 일을 하는 것이 맞다. 그 기본적인 물음은 나에게도, 현재 휴가 중인 이 자리의 주인에게도 공평하다.


이런 상황이 생길 때면 내 신분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본다. 계약직 교사는 기간과 복무의 대체자이지, 한 인간의 보조는 아니다. 휴직 또는 휴가 중인 원 근무자가 개인적으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은 더욱 아니다.


'이 조건(방학식까지 계약하자는)으로는 연장이 어렵겠습니다.'


한 달 치 월급보다 자존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월급 28만원 중 세금은 20만원입니다

12월 중 이틀간 근무한 급여 약 28만 원이 통장에 입금이 되었다.

 갑작스레 생긴 집안 경조사에 보태면 좋겠다는 계산이 섰는데, 근무했던 학교 행정실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공제를 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요, 건강보험료와 고용보험 개인부담금이 20만 7천 원 정도입니다. 학교 계좌로 입금을 부탁드립니다."

‘한 달에 이틀 일해 28만원의 급여를 받은 근로자에게 세금을 20만 7천 원을 걷어가는 것이 상식입니까?’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이가 정한 세법은 아니므로 따져 물어 얻는 것이 무엇이겠냐며 통화를 마무리한다. 월급 8만원은 내가 자존을 지키기 위해 치른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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