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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가 Oct 06. 2024

당신의 경계는 안녕하신가요?

건강한 경계가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

모든 갈등은 경계 침범에서 시작된다


가끔 강의안을 쓰다가, 남편에게 인터뷰한다.

목적은 '당신! 내가 말하려고 하는 이 썰이 꼰대 입장에서 공감이 가?'다.


나: 성희롱. 성폭력뿐 아니라 자녀와 부모와의 갈등, 부부 갈등, 장서(고부) 갈등,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의 갈등, 친구나 직장 내 갈등 등, 생각해 보면 모두 선을 안 지켜서 일어나는 일 아닐까?


남편: 그렇지!

그런데 선이라는 건 다른 말로 하자면 결국 예의 아니야?

그러고 보니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선을 지키려고 엄청 노력했네. (갑툭튀 우리나라 좋은 나라?)


나: 그러네?

그래서 동방예의지국? ㅎㅎㅎ

그런데 생각해 봐.

동방예의지국의 최고 수혜자는 주로 어른 아니야?

우리 사회에서 주로 예의는 상사, 부모, 연장자 등 소위 윗사람에게 아랫사람이 지켰잖아.

갑이 을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주변에서 잘 못 본 것 같아.


남편:하긴~

힘을 가진 사람이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예의를 지키는 모습은 멋있지.

그런 사람이 진짜 어른이.


나: 맞아.

다들 그랬으면 장서(고부) 갈등, 직장 내 갑질 이런 말도 안 생겼을걸?

이젠 을들이 그걸 안 받아주는 세상이 돼 가고 있지만...(해 마시라. 부부간에 자주 이런 고차원 대화가 오가는 건 아니다. 가끔, 어쩌다 가끔이다. ㅎㅎㅎ)




국경, 담장, 차도와 인도, 중앙선. 빨간불과 파란불... 공통점은?

딩동~


그렇다. 바로 경계(선)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국경이 있다.

차도에는 절대 넘지 말아야 할 노란 중앙선이 그어져 있다.

일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계들은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준다.


경계는 '우리 이 선만은 넘지 말자 ‘는 약속이기도 하다.

경계를 허락 없이 함부로 넘으면 나라끼리는 외교 갈등이 일어난다.

심지어 전쟁이 터진다.

인도와 차도를 지키지 않고, 중앙선을 넘으면 큰 사고가 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경계가 있다. 




당신의 경계는 안녕하신가요?

네드라 글로버 다와브는 책 '나는 내가 먼저입니다(매일경제신문사)'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건강한 경계야말로 나를 우선적으로 아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경계(책에서는 바운더리로 표현)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내 방식대로 대략 간추려보자면 이렇다.


첫째는 다른 사람이 내 경계를 함부로 넘나들어도 어쩌지 못하는 허술한 경계를 가진 사람

둘째는 처음부터 아예 다른 사람이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 한결같이 철벽남(철벽녀) 모습을 취하는 경직된 경계를 가진 사람

셋째는 무례한 사람으로부터 적절하게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건강한 경계를 가진 사람이다.


짐작하듯 허술한 경계를 가진 사람은 한마디로 만만한 사람, 즉 호구로 취급받는다. 경계가 허술한 틈을 타서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경계를 넘나 든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나 혼자서 일을 뒤집어쓴 채 일복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철벽을 치고 살풍부한 인간관계를 누리며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


가장 최상은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으로부터 나를 단호하게 보호하면서도 내가 설정한 한계선까지 부드럽게 열어두는 건강한 경계를 짓는 것이다.



건강한 경계가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
이쯤에서 돌아보자.

'당신의 경계는 안녕하신가요?'




과거의 나는 엉망진창 건강하지 못한 경계를 가진 사람이었다.

허술하거나 때로는 경직된 뒤죽박죽 경계의 소유자였다.

나는 자라면서 주변에서 건강한 경계를 가진 사람을 모델 삼아 배울 기회가 없었다.

어떤 것이 건강한 경계인지 알지 못했다.

그 결과 몸과 마음이 많이 고생했다.


물론 나 역시 잘못을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경계를 무수히 침범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나는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인생은 배움의 여정이다.

나는 나이 들어가면서 사람과 사람끼리 건강한 경계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나는 성교강사로 활동하면서 건강한 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의 경계를 침범하면 성희롱, 성폭력 등의 문제가 일어난다. 또 허술한 경계를 가진 사람은 성적 위험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 수 없다.


건강한 성적 경계에서의 건강한 는 것서부터 시작된다. 둘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나는 '내 감정을 말로 표현하며 적절하게 선을 긋는' 건강한 경계를 가진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앞으로 쓸 글들은 가까운 사람의 경계를 침범함과 동시에 침범당하면서 건강한 경계에 관해 고민한 흔적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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