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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즐거운가
Sep 29. 2024
나쁜 손 예비 장모
3.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마음의 거리가 있다
마음의 경계를 침범당할 때 느끼는 불쾌감에 몸이라는 요소가 추가되는 순간 '성적 불쾌감'으로 발전한다. 평범한 일상이 성희롱. 성폭력 등 성 문제로 비화
할
수
있는 순간이다.
벌써 딸 둘을 둔 아빠가 된
MZ세대인 사위가 아직 결혼하기 전의 일이다.
나는 막내가 대학을 입학할 때부터 곧잘 농담반 진담
반으로 "너네 학교에 괜찮은 남학생 있으면 언니 좀 소개해 줘. 언니는 여대라 남자 만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잖아."라고 말하곤 했다.
말이 씨가 된다던가?
어느 날 막내가 같은 학교 학생을 언니에게 소개해
주었고 둘은 첫눈에 반해 꽁냥꽁냥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더니 졸업
하고 직장을 잡자마자 결혼
하겠단다.
얼씨구! 자식들의 독립은 내가 가장 바라던 바다.
막내가 눈여겨보고 소개한 사람이니 사람 됨됨이는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판단했기에 이미 마음은 반
허락 상태였다.
예비 사위가 정식으로 우리 집에 인사를 왔다
사윗감이 좋아한다기에 평소라면 사 먹지도 못할
친환경 한우를
넉넉하게
사서 구워 먹었다.
예비 사위는 우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딸과 설거지
하겠다고 싱크대 앞에 섰다. 나는
미안하고 불편해서 옆에 다가가서 거들었다.
당시 이야기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예비 사위와
대화를 나누다가 살짝 떨어져 있는 딸은 안 듣는 게 더 좋은 말이 나왔다.
하지만 분위기 파악을 못
한 예비 사위가 큰 목소리로 말하려 했고, 당황한 나는 저지하려고 순간적으로
옆에 있던 예비 사위의 몸을 손으로 툭 쳤다.
아이고! 하필 손이 허벅지에 닿았다.
서로 민망!
놀란 나머지 미안하다는 말
할 순간을 놓쳐버렸다
(그래도 사과했어야 했는데...
).
이어지는 어색함... ㅠ
ㅠ
시간이 흐르고 사윗감은 돌아갔다.
엄마! 선 넘으셨다면서요?
그리고 며칠 후!
큰딸이 나를 넌지시 부른다.
"엄마! 저랑 이야기 좀 해요."
(나는 딸들이 존댓말을 쓰면 너무 무섭다. 평소 말을 놓다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꼭 존댓말을 쓴다. 그래서 평생 반말만 듣고 싶다. ㅋ)
딸은 그날의 일을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00 이가 그날 많이 놀라고 당황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느끼는 대략 난감하고 부끄부끄한 느낌은 나만의 몫이다.
딴사람도 아닌
내가?
명색이 성희롱. 성폭력 예방
교육 강사가 아닌가?
쥐구멍 어디? ㅠ
ㅠ
나는 결혼 허락을 받으러 온 어려운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 ‘고 표현하는 이 젊은이의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다.
어디 가서 억울한 일은 안 당하겠다 싶었다. 그리고 남자 친구와 한편 먹은 콩깍지를 뒤집어쓴 딸의 모습도..
.
이런 경우 어설픈 변명은 상황만 악화시킨다.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만이 조기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경험으로 익히 아는 나다.
나는 내 나쁜 손이 한 짓에 대해 사과했다.
사실 본능은 '본의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다'라고 말하라고 나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건 사과가 아닌 변명이다.
그냥 "그날 엄마가 잘못했다"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라며 진심을 담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체면을 구겼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음은 물론이다.
그러자 내 사과
의 말을
들은 딸이 말했다.
"엄마! 고마워요.
사실 어른이 젊은 사람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 쉽지 않은데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고마워요.
멋지세요. 제가 엄마의 말 00이
에게 잘 전할게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 사과를 부족하게 느낄까
,
걱정했던 나는 내 진심이 전해진 것이 너무 다행스러웠다.
게다가 내 마음
마저
헤아려 다독여주는 딸이 고마웠다.
요즘 세대는 끊임없이 '내 몸과 마음은 나의 것'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성장했다. 기성세대와 사고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예전에는 주로 불쾌한 신체 접촉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들이 여성들이었지만 이제는 남성들 역시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끔 젊은이들이 많은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글을 읽다 보면 요즘 젊은이들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우리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러니
포옹,
어깨
걸기, 손잡기를 친밀감의 표현으로 알고 자란 나 같은 세대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나는 그날
마음의 경계 침범에 추가로 몸의 경계까지 넘어버리는 바람에 '성적 불쾌감'을 유발한 예비 장모가 돼버렸다
.
나는
사위와
그렇게 첫 만남을 민망하게 시작했다.
퍽이나 성희롱. 성폭력 예방
교육 강사다운
부끄러운
만남 아닌가? 덕분에 두고두고 강의 때마다 내 흑역사를 잘 팔아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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