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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즐거운가
Sep 15. 2024
강의장에서 나는 왜 그렇게 손을 떨었을까?
1.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마음의 거리가 있다
나를 만나
본
사람
들
은
믿기
어
려워하지만
,
나는
말이
없고
수줍음이 많
은 아이
였
다
.
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말
을
거의
안
했
고
수업이
재미없는
순간이나
쉬는 시간에는
노트 뒷
장
에
순정 만화
주인공을
그리
며
나만의 세계에서
혼자
놀았다.
다
행히
반
에는
그런
내
게
다가오는
아이들
이
꼭
한 두 명
씩
있
어서
학교 생활
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교사가
되
자
전체
교
직
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
아
야
할
진땀 나는
상
황
이
자주
벌어졌다.
심지어
초임 발령을 받은 학교
에서
는
해당 교과 선생님
이
부족
하
다며
이
초짜
보건 교사
에게
가정
수업
까지
떠 안
겼
다
.
나
는
졸지에
아이들 앞에서
작
은 목소리를
크게
짜
내
며
수업을
해
야
했다.
그러자 보니
수줍
음
은
점차
나와 먼 이야기가 되었고
심지어 연차가
10여
년을 넘어가
자
외부 강의
까
지
나
가기에
이
른
다.
외부
강의를
처음
앞두고 떨
었
던
기억은 20
년
가까
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나는 강의안을 짜고 인사말부터 시작해
ppt
한
장 한
장마다 설명할
내용들과 사례
, 농담
까지 치밀하게 적
으며
시나리오를 다음고 또 다듬었다
.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이 보지 못하게 안방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실성한 여자처럼
혼잣말로
연습을
수십
번
거듭하며 리허설을
반
복
했다
.
그렇게 200%를 연습하고
간
첫 강의는
다행히
성공적이었
다.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강단에 서는 일이 많아졌고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겁내지 않
는
간
큰 강사로 성장
했
다.
그러나 가끔은
,
정말 가끔은...
강
단
에
서면
이유 없이
떨리는 날이 있
다.
내
강의
인
생에서
가장 떨
렸
던
강의는
첫
강의가 아니라
오
히려
초짜
티를 벗
고
'
강의
좀
한다'라고
소문났던
때
다.
15년
전쯤
서울의 모 중학교에
서
60
명
정
도를
대상
으로
한
강의였는데
,
어찌나
떨
리던지
마이크를 잡은 내
손이
움직이는 게
다른 사람 눈에
보
일
정도였다
.
"
나름 강의 준비도 철저히 했
는데
대체 나 왜 이러는
걸
까?
500
명이 넘
어가
는 사람들 앞에서
도
아무렇지 않게 강의를
했
던
난데
?
"
결국 한 시간을 예상
하고 준비한
강의는 30분 만에 끝났
다.
이런 민망함이라니!
한마디로 그날 강의는 개 망했다.
가끔씩
기억의
서
랍에서
'그날
나는
왜
이유
없이
떨었
을까?'
를
생각해보곤 했
다.
그러
던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자료 검색을 하다가
비
로
소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다.
강의장
에서 느낀
이유
없는
떨림은 사실
이유
있는 떨림이
었
다.
영
리
한 내 몸은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Hall)의
사람은 일정한 공간을 필요로 하고, 다른 사람이 그 안에 들어오면 긴장
과 위협을 느낀다
는 '
인간관계의 거리
이론
'
을
접
하기도
전에
이
미
본
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에드워드 홀
(Edward Hall)
은
인간관계의
거리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
한
다.
■
친밀한
거리(Intimate Distance Zone):
45cm 이내
매우 친한 사이.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가족, 친구, 이웃,
친지
등
친밀도가 높은 관계의 거리인 동시에 맞붙어 싸우는 거리이기도 하다.
연인,
부부, 엄마와
아기
처럼 친밀도가 놓은 경우 안면부 10cm 이내도 허용
한다
.
■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 Zone):
45cm~1.2m
팔을 뻗었을 때 닿는 거리 정도
로
잘 아는 사람. 학급 친구, 동료 등 잘 아는 사람끼리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이다.
■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Zone):
1.2m~ 3.6m
서로 양팔을 벌려 손 끝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로
배달부, 집 수리공,
낯선 사람 등
간의
사무적
인
거리이다.
■ 공적인 거리( Public Distance Zone):
3.6m~9m
무대와 관객
, 강의
,
연설 등이 진행되는 거리이다.
동시에
위협을 받을 경우 피할 수 있는 거리이다.
에드워드
홀
(Edward Hall)
의 이론을
적용
해서
그날
내 상황
을
설명해
보
자
면
이렇다.
그날 강의장은 유난히도 좁았다.
작
은
교실 하나에
60명쯤
되는
교사
들
이
들어와야 하니,
강
의
를 하기 위해 서
있는
나와
강의를 듣기
위해 앉
은
교사들의 책
상
은
'
거의
붙었다'라고
할
만큼
지나치게
가까웠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다시피 한
상태로
강의를 하려니
마음이
심
하게
불편
했고
나
도 모르게
긴
장
이
됐
다.
나의 뇌는
그
상
태를 위협으로 느꼈고
마침내 마이크를 잡은 내 손
은
덜덜 떨
기
에 이
르
렀
다
.
'
빨리 이
위
험한
장
소를
벗어나
고
싶다
'
는
무의식적인
본능
이
발
동
하
면서
그렇지 않아도 빠
르다는 지적
을 자주 듣는
내 말
에
는
가속도
가
붙
었
다
.
불안
감
으
로
전두엽이 마비된 나는
준비했
던
사례나
마음이
느긋할 때
자연스럽게
튀어
나오는
농담 따위를
던질 수 없었다.
결국 강의는 예정
보다 빨리 끝나버렸고
해
마다
같은 주제의 연수를
들어야 하는 고역을 치르기 싫어
뒤늦게
느릿느릿
연수장을 찾은
교사들은
강의가
이미
끝났다는 사실에 놀라는 한편 반가움을 안고 돌아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관계
에 따라 적정한
물리적
거리가 필요하며
이 거
리가
지켜질 때
편안함을 느낀다.
공적
만남
이었던 그날
,
우
리들
사이에는
최소 3.6m 이상 떨어진 거리
두
기가 필
요했다. 그러나
강
의장
은 이를 허
락
하지 않았다.
적
절한
인간관계의
거
리를 침범당
한
나는 긴장과 위협을 느끼다 못해 멘붕이 온 것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날
강의를 망친 범
인
은
강의장이
었
다
고
.
.
.
ㅋ
ㅋㅋ
나는 지
금도
가끔
강의장
에서
손
을
떤다.
나는
그때마다
웃으며 솔직하게 말한다
.
"저 지금 떨려요
.
지
금
우리 사이
너무
가까운 걸까요?
저
좀
멀리
떨어져 있을게요."
그러나
고
맙게도
대부분
의
강의
장
은
내게
심
한 친절을
베푼다. 강의를
들으러
온
분들이 대개
맨 뒷
좌석부터
차곡차곡
앉
으시기
때문이다.
주관자
가
제발 앞자리
좀 채
워
달라고
부탁
해
도
그분들은
본
능적으로
생면부지의 나
와
충분한 거리
를 두
고 앉으신다. 3.6m면
충분한데도
멀리 더~ 멀리
9m 이상!
이
분들의
마음은
얼마나
지혜
로
운가?
그분들과
나 사
이
에
는
물리적 거리
만큼
'마음의 거리'
가 존
재한
다
.
keyword
강의
마음
사람
Brunch Book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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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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