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를 갓 졸업한 초임 남자 담임 선생님께서 얼마 전 지도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손을 잡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등 신체 접촉을 하셨는데 몇몇 학생들이 부모에게 불편함을 호소했고 민원으로 이어졌다고 하셨다.
아무리 객관적인 시각에서 살펴보아도 그 접촉은 순수한 제자들에 대한 사랑일 뿐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하신다. 즉 '교사들이 지도 과정에서 보여주는 선의의 신체 접촉을 부디학부모님들께서 불쾌하게 여기지 말아달라'는 말을 강의장에서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나 역시 몇십 년간 교사로 근무했기에 학교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
과거에는 관리자들이 멋모르고 동료나 후배들의 잘못을 감싸다가 징계를 당하거나 심지어 옷을 벗는 일도 있었다. 그 일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귀에서 피가 나도록 여기저기서 사례를 접한 관리자들은 이제 이런 예민한 일이 터지면 자신의 안위부터 걱정하며‘난 모르쇠’ 자세부터 취하는 일도 있다.
내 식구 감싸기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갓 임용된 후배 교사를 위하는 관리자의 마음이 인간적으로 고맙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단번에 말씀드렸다. “그 부탁을 들어드릴 수는 없습니다. 불쾌한 신체 접촉이냐 아니냐는 논란을 떠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그 접촉을 싫어한다면 안 하시는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제자를 사랑한다면 제자가 싫다는 행동부터 안 하는 것부터 제자 사랑의 출발이다.
학교뿐 아니라 집, 직장, 사회…. 다~ 마찬가지다.
상대가 싫다는 데도 끝까지 자신의 사랑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가 느끼기에 그건 결코 사랑이 아니다. 그 관계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상대가 싫다는 행동을 안 하는 것이 좋은 관계를 맺는 출발점이다. 결국은 서로가 승자다. 나는 삼십 장의 깻잎을 몰래 싸주다 딸에게 면박을 들어가며 몸으로 이를 깨우쳤다. 부디 기억하자. 사랑은 싫다는 것을 안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