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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Nov 21. 2021

북촌 부동산 탐방기

경제에 관해서라면 백치인 나는, 당연하다는 듯 부동산에 대해서도 백치다. 


어떤 웹사이트에 매도인들이 원하는 가격으로 매물을 올려놓으면 그걸 매수인이 보고 약속을 잡아 집을 구경하고, 법적인 부분에 대한 확인과 서류 작업등에만 공인중개사가 개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여하튼 현실은 그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한옥을 찾기 위해서는 북촌의 여러 공인중개사사무소(이하 부동산)를 돌아다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다양한 부동산에서 매물을 확인하며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동일한 매물에 대하여  부동산마다 다른 가격을 제시한다는 점. 집주인의 정신이 오락가락한 나머지 A 부동산에는 집을 10억에 내놓고, B 부동산에는 15억에 내놓은 게 아니라면,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놓인 공인중개사가 본인에게 맡겨진 본연의 업무 이상의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기는 부분이다. 여하튼,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매우 지엽적이고 또 주관적인 북촌 부동산(복덕방) 탐방기(가나다 순). 


1. 가회부동산

동네에서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온 부동산 중 하나. 사장님은 나이가 꽤나 많은 어르신이고, 실무는 대부분 실장님이 하신다. 다른 곳에는 없는 매물을 보유하고 있었고, 소개도 충실하게 잘해주시는데 실장님 타입이 경우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좀 갈릴 수도 있겠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격 뻥튀기한다는 곳이 바로 여기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니다. 여기뿐만이 아니라 동네에서 오랜 시간 영업해온 가게들은 대체로 그렇지 않은 듯. 


2. 계동 부동산

북촌의 아주 오래된 부동산 중 하나라고 들었다.  본인과 친분이 있는 부동산 한두 군데에만 매물을 내놓고, 그걸 찾아오는 사람들한테만 공개하는 북촌 특유의 문화를(그래도 요즘은 많이 희석된 것 같다. 대부분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을 올려두는 듯) 고려하면 꽤나 좋은 부동산이 아닐까? 숨겨진(?) 매물을 기대하며 전화했었는데, 당시에는 마음에 드는 집이 없어 함께 돌아보지는 못했다. 전화 통화에서 받은 인상은 참 좋았던 기억.


3. The Classy

사무실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다. 북촌 전문으로 보기는 어렵고 여기저기에 위치한 매물을 광범위하게 다룬다. 영상과 사진을 꽤나 공들여 찍는데, 대부분의 부동산이 정말 대충 찍은 사진을 올려놓거나, 심지어 아예 올려놓지도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어와 영어로 매물 설명을 하는 것도 독특한 콘셉트. 


4. 메트로공인중개사사무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자료에 따르면, 계동 한옥의 평당 가격은 일반적으로 2500만 원 전후(前後)이다. 계동에 위치한 한옥을 한 채 소개받은 적이 있었는데, 딱히 특별한 매물이 아님에도 평당가가 3000만 원을 넘었었다. 평생을 살아온 집을 비싸게라도 팔고 싶은 매도인의 마음이야 십분(十分) 이해하지만, 이 가격을 지칭하는 부동산의 태도에는 동감하기 힘들었다. 아마 매도인이 그 가격을 고집해서 그랬겠지만, 공인중개사의 말이 정확히 뭐였더라- "그렇다고 비싸게 나온 건 아니죠" 였던가? 오해가 있을까 봐 첨언하자면, 다른 부동산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올려놓은 매물을 비싸게 부르는 곳이 이곳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5. 부동산카페공인중개사사무소

역시 다른 부동산에 없는 매물을 몇 군데 가지고 있던 곳이다. 집 한곳을 같이 보러 가기로 했었지만 부실 매물임이 밝혀져 함께 가지 못했었다(부실 매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부동산 측에서 먼저 알려왔다).  


6. 조은부동산

무려 안국동에 위치한 아주 크고 멋진 집을 함께 봤었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서 적당히 줄도 잘 타고, 집도 꼼꼼하게 같이 돌아봐주셨던 기억. 그 뒤로도 몇몇 멋진 집들에 대하여 연락을 주셨는데,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집들은 아니었다.


7. 한양부동산

이곳 역시 새로운 매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입담이 상당한 남자분 두 분께서 안내해 주셨는데, 매수인을 현혹한다는 의미에서의 입담은 아니고, 적당한 수준에서 편안하게 매물의 장점을 제시하는 느낌. 비싸서 절대 구매하지 못할 집임을 밝혔음에도 호기심을 보이자 “그래도 오신 김에 보자"라며 데리고 다녀주셨던 건 꽤나 기억에 남는다- 북촌의 언덕 지형을 고려하면 이건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북촌 한옥의 경우 부동산마다 가지고 있는 매물도 굉장히 다르고, 해당 매물을 성실하게 네이버에 업로드해두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조사를 아무리 열심히 했더라도 결국 여러 부동산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필수적. 맛있는 음료라도 한 병씩 사들고 가서 그 기회에 좋은 공인중개사님과 북촌 구석구석을 꼼꼼히 돌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라면 재미다.


크래몬드 코즈웨이(2020), Pentax MX/Fuji Superia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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