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이름은 ‘그림 한잔’이다.
커피숍이라기보다 미술관에 가까운 곳이다.
커피를 마신다기 보다 그림을 한잔 하러 가는 느낌.
입구에는 키 작은 소나무 분재의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돌계단 위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운터가 보인다.
그위로 ‘오늘 그림 한잔했다’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오늘은 뜨거웠던 나의 입이 아닌 그동안 힘들었던 눈에게 양보해야겠다.’
캔버스 자유화와 커피 한잔 가격이 23,900원이라 초보자도 2~3시간을 투자하여 사장님의 조언에 따라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추가 비용을 내면 그림 또한 가지고 갈 수 있다.
형형색색의 촛농이 녹아내린 촛대와 병사이의 인테리어와 쓰다만 물감들, 벽 쪽을 향해 꿋꿋이 서 있는 캔버스, 옷거리에는 물감이 묻힌 앞치마, 가지런히 정리된 팔토시와 모자까지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다.
카페 중앙에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샹들리제가 불을 밝히고 커튼이 쳐진 옆으로 의자와 캔버스가 놓여 바깥에서 들어오는 온전한 햇살을 받으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 옆으로 내 허리만큼 키가 큰 나무와 군데군데 놓여 있는 전구..
그 사이에 쓰다 버린 물감들, 사람을 홀리 듯한 모습으로 ‘여기로 와’라고 유혹한다.
시멘트 벽면의 갈색문을 지나가면 다양한 그림이 벽면에 걸려 있어 그림을 그리다가 지칠 때쯤이면 한 번씩 가서 구경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높이며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에 따라 그림을 그린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 라테를 시켜놓고 커피와 그림 투 샷이 핸드폰 화면에 들어오게 인스타 감성으로 여러 컷을 찍는다.
오늘 인스타에 올린 키워드 #그림맛집그림 한잔 등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종종 아이들과 같이 오는 부모들, 서로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연인들이 와서 각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커피 한잔을 하며 자유롭게 그 공간을 즐긴다.
동네에 이런 카페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