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고 달콤, 쌉싸름한 구수한 향기가 집안 곳곳에 흐른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밥솥 밥을 하고 나서 누룽지를 끓일 때 나는 냄새가 진동한다.
매일 토요일 오전, 정신없던 주중을 보낸 뒤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김없이 커피를 내린다.
집 근처 단골 커피숍에서 곱게 갈아온 원두 가루를 꺼낸 후 컵에 커피 필터 종이를 겹친다.
고운 커피가루를 넣고 뜨거운 물이 가루 거품이 일 때까지만 원을 그리면 물을 넣었다가 가라앉아다가를 반복하며 잠시 기다린다.
아침을 고요하게 깨워줄 커피 한잔이 놓인다.
거실 창문 앞 나의 공간인 책상 앞에 앉는다.
책상 모퉁이에는 나를 어디로든 데려다줄 지구본, 최근 내가 읽고 있는 서너 권의 책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다.
조용히 노트북을 켜고 오늘은 어떤 글감을 시작할지 고민을 해본다.
어김없이 찾아온 나의 마감일.. 주말은 늘 그렇게 시작된다. 내 앞에 놓인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오늘을 글을 떠올려 봅니다.
문득 커피는 어디에서 왔을까? 궁금해졌다.
흔히 긴장하거나 쉼이 필요할 때 커피 한잔 하자고 한다.
커피는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 칼디’라는 목동이 돌보는 염소가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하여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는 본인이 먹어보고 하늘에 붕 뜨는 것처럼 기분도 좋아지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이후 이슬람 국가에서는 신에게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기도드리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고 합니다.
유럽에 들어와서는 예술가, 미술가들의 애호품이 되었다.
베토벤은 아침 대신 60알의 원두를 갈아서 마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임금이 드시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밥을 먹고 나면 입안의 텁텁한 맛을 없애기 위해 마시던 숭늉을 대신해서 어느 순간부터 그 자리를 커피가 대신하게 되었다.
베토벤처럼 영감을 떠올리기 위해 마셨던 커피는 예술가의 기질, 보헤미안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호 식품이 아닐까요?
매일 아침 출근 전 커피 한잔을 먹어야 하는 사람, 정신없는 직장생활 점심 후의 아메리카노를 먹어야 하는 나, 보헤미안 또는 방랑벽이 있는 나는 아무도 모르게 어디론가 훅 떠나고 싶지만 그 대신 커피 한잔 하면 나를 달래는 것이 아닐까요?
아직 내 입술에 촉촉한 커피처럼 내 마음을 차분하게 내려놓아 봅니다.
나는 그때 왜 그랬을까요? 나는 그 일을 왜 놓쳤을까요? 나는 왜 그 시간을 흘려보냈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애쓰고 공들여 온 일들은 언젠가 반드시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의심을 품은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편안히 놔두겠습니다...
‘Let it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