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랜만에 펜을 들려고 하니 어색하시도 하고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연애 이후로 편지를 쓰려니 더욱더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네요.
그동안 보잘것없는 나, 안도현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고생도 많이 하고 마음도 졸이며 벌써 우리가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 한지가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군요.
지금은 당신을 처음 만났던 그 설렘을 느낄 수 없지만 지후, 은서, 세윤이 삼 남매의 엄마로 나의 아내로 우리 가족 뒤에서 묵묵히 지켜 주는 당신을 생각하니 더욱더 연애할 때보다 당신이 사랑스럽고 예쁩니다.
일하는 중간중간에도 아이들과 당신 생각만 하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이제 아이들이 제법 커서 본인들 할 일은 다 알아서 하니 매우 뿌듯하네요. 일찍 퇴근 후에는 집에서 아이들과 도란도란 모여 앉아서 즐겁게 식사를 하면 매우 기쁘고 그지없습니다.
처음 당신과 만나서 연애시절 그저 당신의 예쁜 모습이 좋았었는데 지금은 알뜰하고 꼼꼼하고 세심하게 나를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이 더욱 보기 좋은 것 같네요.
연애시절 당신이 타지방 직장을 다닐 때 내가 미국어학연수를 가서 1년 정도 떨어져 있을 때 등등 이러한 시간과 그리움이 지금은 당신과 나를 더욱더 단단하고 견고하게 만들어 있도록 만드는 밑거름이 된 것 같아서 항상 즐겁게 생각합니다.
다행히 장모님도 경기도로 이사를 오셔서 당신과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들까지 가족 모두가 오순도순 둘러앉아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또한 ‘아이들과 이번 주말에는 뭐 하고 놀지’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머뭅니다.
이러한 행복이 더욱더 오래갈 수 있도록 나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겠습니다.
당신도 아이들과 나를 위해 조금만 더 희생해 주시기 바라요.
우리 지후, 은서, 세윤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비록 힘들고 지칠지라도 내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묵묵히 이겨냅시다.
나는 당신이 있고 당신도 내가 있고 우리 아이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 하루도 일이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힘을 낼 용기를 얻으며 이겨 낼 수 있습니다.
내가 비록 당신에게 서운하고 미안하게 할지라도 그건 내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길 바라요.
모두 다 아이들과 당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 주세요.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나의 넋두리만 늘어놓았군요.
평상시 무뚝뚝해서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못 했는데 이러한 편지를 통해서라도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많이 해 주고 싶네요.
“나 안도현은 나의 아내 주정현을 평생토록 아니 영원토록 사랑할 것이며 죽어서 다음 생에라도 당신과 부부의 연을 또다시 맺고 싶습니다. 너무너무 완전히 사랑합니다.
- 초록색이 만연한 어느 6월 오후에 당신의 사랑하는 남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