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by nessuno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어린 시절 퇴근하는 아버지를


첫 출근의 설렘을


어제는 오늘을, 오늘은 내일을


아침은 저녁을, 저녁은 다시 아침을


나무는 숲을, 숲은 나무를


어둠은 빛을, 빛은 어둠을


아내는 남편을, 아이는 엄마를


나는 너를, 너는 나를


기다림은 쏜살같이 지나가기도 하고,


째깍째깍 더디게 지나가기도 합니다.


세상은 우리를 채찍으로 길들이지 않고,


시간으로 길들인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기다림을 배우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무르익지 않은 것을 원하는 성급한 열정과


미처 완성되지 못한 것을 드러내 보이는 조급한 마음은


나 자신과 겨루거나 시간과 겨루는 일에서


씁쓸한 패자의 자리에 서게 만드는 것입니다.


덜 익어 떫은맛을 내는 감을 따기 위해


무작정 감나무를 타고 오르는 것보다는


때로 이렇게 감이 다 익어 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려 보는 일도


꼭 인생에서 필요한 연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급한 열정에 휩쓸리지 않고 무르익기를 기다릴 줄 아는 것


우리에게 남긴 세상을 보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기다림은 언제나 두렵고 지루한 것만은 아닙니다.


발그레 설레면서, 두근두근 심장이 뛰는 소리를 즐기면서


행복하게 기다리는 시간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꽃길, 가슴설렘, 마음 단장, 행복 예행연습 등


당신을 위해 기다리는 동안 해야 할 준비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 당신을 위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맞이하는


예행연습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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