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오늘 아침은 이상하게 여유롭다. 불안하게... ㅎ ㅎ ㅎ
남편도 조금 늦게 출근한다며, 막내딸 3호 어린이집 등원 길 함께해 주고 아들 2호도 아침 등교 루틴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시에 집을 나서고, 아들 1호는 온라인 수업이라 방에서 꼼짝하지 않는다.
럭키 쭈's 아침 시간 마무리는 항상 언제 어떤 마음으로 예민함이 튀어나올지 모를 딸 3호를 기분 좋게 등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큰 단락이 끝난다.
바쁘게 아이들 챙기다 보면, 정작 나는 땀 흘려 기름진 얼굴과 앞머리까지 말아 올려 딱 핀으로 고정해놓은 감당 안 되는 모양새로 마음 바쁜 나를 또 거울 앞에서 어째 해결 좀 해보라고 재촉한다. 옷도 집 밖 나갈 정도의 예의는 갖추어야 하니 아파트 내에 있는 어린이집이라 가까운 거리인데도 현관문 열고 나가기까지 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보통일 아닌 과정을 오늘은 남편 찬스로 통째 건너뛰었으니 보너스 같은 시간이다.
바닐라 라떼에 휘핑크림 같은 달콤한 여유임에 틀림없다.
이석훈 가수의 노래가 스마트 냉장고에서 흘러나오고, 세탁기도 기분 좋게 돌리고, 바닥청소도 설거지도 노래 음미하면서 신속 정확하게 한다.
오늘은 글도 좀 쓸 시간이 있겠다며 노트북 켜기 전에 내 사랑 네스프레소 2021 여름 한정 코코넛 캡슐을 얼음 잔 올리고 작동키 눌러 놓고 노트북 로그인하고 크레마 가득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지러 갔더니 " 오 마이 갓!" 커피 잔이 추출구에서 흔들렸는지 커피가 새어 나와 이미 퍼질 대로 퍼져 바닥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짙은 코코넛 향은 어쩔 거야... 향 머금은 커피가 향하는 물길 따라 내 시선도 생각도 멈춰 한참을 멍하니 보고 서있다.
아이들이 엎지른 그간의 물, 주스, 과자 부스러기 등을 치울 때마다 아이들에게 상황에 대한 과정을 세밀화처럼 묘사해서 설명하라고 다그치고 그 책임을 물었고 스스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까지 말하도록 눈빛으로, 거칠게 치우는 손놀림으로 심리적 압박을 자행했던 내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스쳐 지나간다.
완벽한 척 꼰대 어른인 나도 생각지도 못한 이런 당황스러운 장면을 내 눈동자 카메라로 실시간 직캠 중인데 말이다.
그동안 직장 맘이란 보호막으로 많은 걸 이해받고 아이들에게 아주 많은 부분 희생을 반강제 했단 걸 초보 전업맘이 되어보니 보이고, 느끼고, 반성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만큼 더 구체적으로 사랑하겠다 마음먹었는데, 이건 뭐 이런 가속도로 늘어나는 미안함이라면 살아있는 동안 온전히 사랑만 해야 할 판이다. 후덜덜...
늦깎이 초보 전업맘은 아이들보다 좀 더 열심히 분발해서 채워나가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오늘 또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