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VS갱년기

자칭 사춘기 1호와 자칭 갱년기 남편

by 권혜주LUCKY JJU

문이 '쾅' 닫힌다.

'찰칵' 방 안에서 잠금 소리도 들린다.

하나, 둘, 셋... 곧이어 남편이 낼 수 있는 최고 데시벨의 목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진다.

" 문 잠그지 말라고!!!"

"..."

1호 방에서 돌아오는 반응은 없다.

요즘 들어 주말 아침마다 익숙한 장면들을 반복해서 연출해 내는 아들 1호와 남편.

귀차니즘과 짜증 섞인 목소리로 철저히 간섭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다고 외치는 두 남자.

마치 게임에서 마지막 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절대권력을 차지하려 점점 더 강한 수를 쓰는듯한 몸부림.

아들 1호는 사춘기라는 무기를 들이대고, 남편은 갱년기라며 날 선 대립을 한다.

'뭐야... 할 말은 많지만 참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자꾸만 눈에 거슬리고 귀를 소란스럽게 하네. 두 남자가 아무리 천하무적 사춘기, 갱년기라 해도 엄마의 히스테리가 결국 집안을 평정해서 의도치 않는 휴전을 할 수밖에 없단 걸 알면서도 도발을 멈추지 않는 건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 건가, 권력의 달콤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가.'

때마침 딸 3호가 아빠를 향해 톡 쏘는 말을 날린다.

"아빠! 우리 집 대장은 엄마잖아! 큰오빠는 엄마한테 맡기고 이제 그만 좀 해. 시끄러워서 겨울왕국을 볼 수가 없네."

남편과 내 눈이 동시에 마주친다. 금세 시선을 돌리는 남편을 보니 내가 우리 집 대장이 맞나 보다. 소속 대원들을 정의롭고 현명하게 리드해서 바르게 성장시키는 대장이면 좋으련만, 딸 3호가 의미하는 대장은 폭발적이고 응축된 분노가 실린 목소리의 강함으로 순식간에 소란을 잠재워 '겨울왕국'을 조용히 보게 해 주는 철저히 딸 3호에 최적화된 엄마를 뜻한다.

아들 1호의 사춘기와 남편의 갱년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아 보이는데, 정작 본인들은 세상 진지하고 심각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배려해줘요.'

'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관심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해요.'

' 나 하나 챙기기도 귀찮고 힘드니까, 가족생활에 요청사항은 최소로 부탁해요.'

대충 이런 기분의 마음속 말들이 사춘기, 갱년기라는 필터를 통과하면 삐뚤어지고 퉁명스러운 언행으로 나오나 보다.


아들 1호도 남편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한 과정이라면, 건강히 잘 지나갈 수 있게 깨끗한 필터로 교체를 자주 해 주는 역할, 우리 집 대장인 내가 기꺼이 하겠노라고 백만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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