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공간에 흐르는 새로운 숨결

성남 두물길에서 가을 전어를 만나다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바람은 우리에게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립니다. 계절이 바뀌면 마음도 따라서 움직이는지, 문득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습니다. 이번 주말, 저는 멀리 가지 않고도 낯선 설렘과 평온함을 동시에 안겨준 성남으로 향했습니다.

​오랜 시간 도시의 외곽에 방치되었던 공간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뭉클했습니다. 바로 성남의 새로운 랜드마크, GUMI(구미) 195입니다.





​1막. 폐허를 넘어선 공간의 재탄생, 성남 두물길

​오랫동안 흉물스럽던 하수처리장이었다는 과거가 무색하게, GUMI195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산책로와 푸른 휴식 공간, 다목적 음악홀, 그리고 트렌디한 카페들이 조화롭게 들어서 있었습니다.

​특히 성남의 두 물줄기, 탄천과 동막천이 만나는 지형적 특성을 살려 **'두물길'**이라 이름 붙인 이곳은,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평화로운 장소였습니다. 낮에는 따스한 햇살 아래 운동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고, 밤에는 달빛쉼터의 조명이 켜지며 고요한 낭만을 선사합니다. 저는 폐쇄되었던 공간이 **'쉼'**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며, 도시 재생의 아름다운 힘을 느꼈습니다. 이곳에서의 산책은 마음의 평온함을 찾기에 더없이 완벽했습니다.





​2막. 미식의 진실과 가을의 소명

​아름다운 GUMI195에서의 아침을 뒤로하고, 공기 맑은 운중동으로 이동했습니다. 국사봉 아래 구름이 많아 붙여졌다는 운중동은 수려한 경관 덕분에 맛집과 카페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죠. 시원한 막국수를 기대하며 단골집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음식에는 정직한 진실이 담겨있나 봅니다. 동치미 막국수, 황태회 막국수, 그리고 새로운 시도였던 주꾸미 뼈해장국까지. 이날은 아쉽게도 재료의 신선함이 부족했는지, 평소의 맛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모든 여행이 완벽할 수 없듯이, 미식의 여정에도 이런 작은 아쉬움은 존재합니다. 이는 곧 다음 맛있는 순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주는 법이죠.

​점심의 아쉬움은 곧 저녁을 향한 강렬한 소명이 되었습니다.





​3막. 집 나간 며느리를 불러 세우는 고소함, 가을 전어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이 불멸의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는 망설임 없이 단골 횟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침내 마주한 가을 전어! 뼈째 씹을 때 느껴지는 고소함과 쫄깃함은 점심의 실망감을 단번에 씻어냈습니다. 전어회 한 점을 아삭한 야채와 함께 쌈 싸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전어 특유의 기름진 고소함이 황홀경을 선사했습니다.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전어무침은 또 다른 중독성 있는 별미였습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는 그 순간이 바로 진정한 힐링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아쉬움을 잊게 하고, 행복한 대화는 그날의 추억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짧지만 알찼던 주말 하루. 성남 주말 나들이는 새롭게 태어난 공간에서 사색을 즐기고, 가을 바다의 풍요로운 맛으로 마음까지 채우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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