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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Jan 02. 2021

2021년

시작은 미약하나

2020년의 시작은 아주 거창했었습니다.

저 숫자 배열은 보기에도 좋잖아요.

어떤 것으로 바꿔도 다 어울리고, 아름답고, 기분이 좋아지는 한 해의 시작이었습니다.


기대와 희망이 컸던 만큼 실망이 컸을까요?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예전에도 바이러스가, 전염병이 창궐한 적은 많았지만,

그때는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었기에 어느 지역에 국한되었는데,

문명의 발달이 오히려 인류에게 위협이 되고, 사람들로부터  웃음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영화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CGV RVIP이고

최고 등급인 VVIP를 앞두고 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망쳐버렸습니다.

공짜 쿠폰도 못썼고요.

이런 하찮은 것이 없어진 것도 속상한데,

일상에서 꼭 필요한 것들을 잃어버린 것은 너무 힘이 들지요.


이와 반대로,

2021년은 절망인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온다고 해도 일상생활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마스크는 금년 내내 벗지 못할 것이고요.

1월 1일 새해 첫날. 가족과 친척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습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도미노 현상처럼 사회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도 더 강퍅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시작은 아주 암울합니다.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갖지 않으려 합니다.

기대가 있으면 실망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생각도 미리 해둡니다.

그래야 절망하지 않을 것이니까요.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한 2021년은,

2020년보다는 더 행복하게 마무리될 것을 믿습니다.


막연한 희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근거 있는 기대를 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마음의 준비와 필요한 대비를 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강한 것도

우리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함께 하면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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