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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명상

05. 걷기명상을 위한 준비

이제부터 걷기명상 실천방법론의 시작이랄까.


사실 명상은 거창하지 않다. 단지 ‘의도’를 품고 걷는 순간부터, 그것은 이미 명상이 된다. 또한, 걷기명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특별한 도구나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의도’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걷기명상을 위한 준비는 다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장소, 시간, 복장과 장비, 그리고 마음가짐(?)


1. 어디에서 걸을까 – 장소

걷기명상은 가능한 한 자연과 가까운 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도심 속에서도 공원 산책로, 강변길, 나무가 많은 길은 좋은 선택이 된다. 자동차 소음과 인공조명이 적고, 새소리나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지 않을까?


처음엔 공원을 택했다. 그리고 남한산성도 갔다. 평지만을 걸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공원에 사람이 좀 많았다.


2. 언제 걸을까 – 시간대

아침과 저녁, 어느 시간도 좋다. 중요한 것은 루틴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리라. 다만 각각의 시간대는 특징이 달랐고, 난 저녁이나 밤이 더 좋았다.

새벽/아침: 하루를 맑게 시작하고 싶을 때 길을 나섰다. 달리기가 아니니, 충분히 잠에서 깰 필요도 없었다. 조금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머리도 맑아졌다.

낮 시간: 주말 이외에 낮 시간에 걷기를 할 기회가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당연하지만 햇살과 자연을 느끼기에 가장 좋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을 경우에는 시선을 관리하는 연습이 함께 필요했다.

저녁/밤: 하루를 비우고 정리하고 싶을 때, 집을 나섰다. 단 10분이라도 나서고 나면, 긴장과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3. 복장과 신발은? 그리고 핸드폰은?

편한 운동화 또는 트레킹화를 주로 신었다. 산으로 가면서도 너무 무거운 등산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중에 어씽(earthing) 신발을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발바닥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밑창이 얇은 신발이 좋았다.

간편한 복장: 계절에 따라 통풍이 잘 되고, 헐렁한 옷을 일부러 찾았다.

스마트폰과 시계 – 처음엔 무음 또는 비행기 모드로 하고, 가능하면 주머니 속에서 꺼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얼마 지난 후부터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연결’보다 ‘단절’이 필요한 시간이었으니까.


4. 어떤 태도로 시작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준비는 ‘태도’ 내지 ‘마음가짐’이었다.


무엇보다, 결과나 목적 없이 걷고, 좋은 생각을 하려 애쓰지 않았다. 떠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밀어내지 않았고, 가능한 한 지금 발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몸의 감각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조용히 지켜보려 애썼다.


내 자신에게 반복해서 말했다.

“지금 나는 무엇인가를 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잘 걸을 필요도 없다. 그냥 걷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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