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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명상 실천노트_2

2. 들리는 모든 것: 새소리, 바람소리, 소음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

실천의 시작: 소리가 말 걸어올 때 귀 기울이기


아침 대신 늦은 오후 공원 산책로를 걸었다.
해가 기울며 바람이 서늘해질 무렵,
머릿속이 복잡해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걷기명상을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주변 소리들이 내 머릿속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새가 나뭇가지 위에서 짹짹거렸고,

멀리서는 반려견들 짖는 소리가 들렸고,

자전거가 쇳소리를 내며 옆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에는 그 소리들이 산만하게, 조금은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이 모든 소리를 거부하지 않고, 그냥 들어보자.”


그런데, 그 순간부터 세상은 훨씬 더 풍부해졌고,

걷기명상은 조용한 고요가 아니라

살아있는 풍경이 되기 시작했다.


감각의 열림: 귀는 단지 듣는 기관이 아니었다


귀는 생각보다 훨씬 정교한 감각기관이다.

단순히 소리를 ‘듣는’ 수준이 아니라,

소리의 방향, 거리, 울림, 정서적 영향까지 감지하고 있다.


조용한 숲속을 걷다가 갑자기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릴 때,

그 음색만으로도 감정이 바뀌는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 감정의 변화마저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로 했다.


불쾌한 소리는 ‘불쾌하구나’ 하고 인정하고,

아름다운 새소리는 ‘참 좋다’는 감정으로 그냥 흘려보낸다.

가장 중요한 건 판단하지 않는 태도였다.


걷는 동안 계속해서 내 귀는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로 ‘마사지’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더 ‘지금 이 순간’에 몰입했다.


마음의 전환: '소리'는 나를 현재로 초대한다


걸음은 자동으로 움직였고,

나는 온전히 ‘귀’로 걷고 있었다.


특히,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때

시간과 공간이 확장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기, 저 멀리서 오는 소리까지도 지금 나와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 상황의 일부다.”
“지금, 여기에 있다.”


이런 문장들이 마음에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순간, 나의 ‘걷기’는 단지 이동이 아닌

‘존재와 연결되는 행위’가 되었다.


깨달음: 소리는 내 마음의 거울이다


같은 소리도 내가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오늘 하루, 소리와 함께 걸으며

나의 내면이 어떤 상태인지 조용히 들어본다.

다양한 소리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실천노트: 소리를 관찰하며 걷는 명상


1. 다양한 소리가 섞인 환경 (공원, 숲길, 도심 공터 등)에서 시작

2. 가만히 귀를 열고 주변 소리 듣기

- 가까운 소리 → 먼 소리 → 가장 먼 소리 순으로 인식

- 소리의 종류를 분류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

3. ‘귀로 걷기’ - 발소리, 숨소리, 주변의 기척을 느끼며 걷기

4. 판단하지 않고 ‘소리의 흐름’ 따라가기

- 좋고 싫음을 구분하지 않기

- 그저 “지금 이 소리가 나와 함께 있다”고 느끼기

5. 마무리: 걸으며 접한 소리들을 떠올리며, 함께한 감정도 인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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