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명상 실천노트_5

5.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걷는 동안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가볍게

실천노트 1~4가 나의 감각에 대한 자각이 주제였다면, 이제부턴 내자신의 ‘감정 마주하기’가 주제이다. 마음 깊숙이 묻어두었던 감정의 무게를 인정하고, 따뜻하게 껴안는 것이다. 이런 주제를 걸으면서 받아들이다 보면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회복하고, 다시 연결되는 순간들이 오게 된다.


실천의 시작: 감정 없이 걷는 사람은 없다


해가 떠오르고 있는 새벽, 기분 좋게 걷기명상을 시작했지만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 어제 들었던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


“괜찮아”라고 넘겼던 말인데, 다시 생각하니 속이 쓰리고 화가 났다.

그 순간부터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표정은 굳어졌다.

이전 같았으면 그 감정을 눌러놓거나 잊으려고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선택을 한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

이 감정도 함께 데리고 가보자.”

억누르지도, 분석하지도 않고

그저 걷는 나와, 이 감정이 함께 존재하도록 허락해주었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걷기를 거듭할 수록 감정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투명해져갔다.


감각의 열림: 감정은 느낌이고, 느낌은 지나간다


걸음을 옮기며 내 몸에 집중했다.

문득 감정이 단지 ‘머릿속 생각’이 아니라 몸의 반응으로 연결됨을 알게 되었다.

• 분노는 가슴을 조이게 하고

• 불안은 발목을 떨리게 하며

• 우울은 어깨를 아래로 당기고

• 초조함은 걸음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


그런데,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그냥 “지금 이런 감정이 있구나” 하고 바라보니,

그 감정들은 그저 감각적인 현상으로 바뀌었고

몸을 통해 나가고 있었다.


감정은 나를 붙잡는 덩어리가 아니라

나를 통과해 흐르는 바람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운다.


마음의 전환: 감정과 동행하는 걷기


한동안 ‘명상이란 평온한 마음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걷기명상은 오히려 감정과의 동행을 허락하는 시간이었다.


걸음을 옮기며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았고,

그 감정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괜찮아, 지금 이 감정도 나의 일부다.

잊으려 하거나 극복하려 하지 말자.

그냥 함께 걸으며 받아들이자.”


이런 말을 속으로 계속 되뇌며, 걷다보니

감정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친구가 되었고,

나는 더 이상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았다.

감정과 함께 걷는 사람이 되었다.


깨달음: 감정은 내 일부이며, 내 적이 아니다.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않고, 함께 걸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오늘의 감정이 어떤 것이든,

그것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실천법: 감정 관찰 걷기 루틴


1. 걷기를 시작하며 내가 휩싸여 있는 지금의 감정을 말로 표현해 본다.

- 불안, 초조, 화, 무감각, 우울함...느껴지는 감정을 그대로 말해보기

2. 걸으며 감정이 나타나는 신체 부위를 느껴보기

- 가슴, 턱, 손끝, 배, 어깨 등 감정과 함께 불편함이 느껴지는 나의 몸을 살펴본다.

3. 감정과 불편한 신체 부위를 느끼며 함께 걷기

- 극복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모두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걷기

4. 호흡과 연결

- 들숨: 감정을 받아들인다

- 날숨: 감정이 나를 통과해 흘러 나간다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내쉰다

5. 감정이 점점 가벼워지고 중성화되는 느낌을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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