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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옹 Jan 03. 2024

밥알은 밥그릇에 있어야

“밥알이 밥그릇에 있어야 아름답지 얼굴이나 옷에 붙어 있으면 추해 보인다.” 

(정호승 지음,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비채, 2006, 252쪽)   

  



정호승 시인은 말한다. 세상 모든 사물은 제 있을 자리가 다 정해져 있다고. 간장 종지에 설렁탕을 담지 않고, 설렁탕 뚝배기에 간장을 담지 않는다고. 인간도 자기 인생의 자리가 정해져 있다고. 시인은 시를 쓰는 시인의 자리를 소중히 지키려 노력한다고 했다. 나는 삼십여 년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살았다. 연구자의 자리가 내 자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은퇴하니 내 자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당황했다. 방황했다. 고민도 해봤다. 방법이 없어 마음을 놓아주었다.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갔다. 그랬더니 내 마음이 있는 곳에 내 자리가 있었다. 아뿔싸! 억울하게도 그동안 시인의 글, 마지막 문장을 놓쳐버렸었다니. “내가 ‘나’라는 마음속에 있어야지 다른 인간이나 짐승의 마음속에 있으면 내가 아닙니다.”     


ⓒ 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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