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세 좋아하는데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것이 바로 출세지요. 나, 이거 하나가 있기 위해 태양과 물, 나무와 풀 한 포기까지 이 지구 아니 우주 전체가 있어야 돼요. 어느 하나가 빠져도 안 돼요. 그러니 그대나 나나 얼마나 엄청난 존재인 거예요.”
(김익록 엮음,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시골생활, 2010, 34쪽)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라 한다. 우주에는 우리은하 외에도 관측 가능한 은하가 수천억 개에 이른다 하니 크기마저 가늠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 하나는 있다. 그 큰 우주가 영겁의 세월을 품어서 내놓은 존재가 ‘나’라는 것이고, 현재를 사는 ‘나’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늘 우주 최후의 결정체로 산다는 사실이다. 무위당(無爲堂) 장일순 선생이 세상에서 제일 하잘것없는 ‘좁쌀 한 알’, ‘나락 한 알’ 같은 존재가 비록 ‘나’이지만 그 속에 온 우주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고 한 이유일 테다. 그러니 내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순간은 기적과도 같은 우주적 사건이다. 바로 내 생일이 진정한 출세의 때인 것이며, 내 출세가 우주적 축복이자 무조건적 감사인 까닭이다. 부자가 되고 사장이 되고 고관대작이 되는 것은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 일로 이전의 자신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사람에게나 그것이 또 다른 출세겠지만.
ⓒ 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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