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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옹 Jan 29. 2024

살아있는 존재는 따뜻하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이 자신이 온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많다. 36.9도의 따뜻한 체온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 세상에는 많다. 자신의 체온을 느껴라. 가슴에 손을 대고 내가 따뜻하다는 것, 그리고 흙과 흙이 전해 주는 모든 식물들과 곤충들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껴라. 미움에도 질투에도 따뜻함이 있다는 것을 느껴라. 따뜻한 생명을 느끼는 당신이야말로 살아 있는 것이다.”

(조화순 지음, 「낮추고 사는 즐거움」, 도솔, 2005, 82쪽)     




아내가 정성스레 키우는 베란다 화초들로부터 따스함을 느낀다. 그것은 여름날 한낮의 태양이 몰고 오는 뜨거움과는 사뭇 다르다. 굳이 태양에 비유하여 표현하자면 겨울 햇볕이 주는 온화함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화초의 따스함은 냉기 서린 내 마음을 풀어주기도 하고, 분노에서 오는 뜨거움을 식혀주기도 한다. 고백하건대 작가의 글을 마주하기 전까지 나는 온기를 가진 생명임을 잊고 살았다. 아니,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따뜻하다는 걸 생각조차 못했으니 몰랐다고 하는 것이 맞다. 하여 나는 때로는 나를 향한 타인의 미움과 원망에 냉정했고, 내 안의 분노와 미움에서 나오는 뜨거움을 식히려 누군가에 도움을 청하는 것에도 인색했다. ‘이성’이라는 것에 기대어 냉정한 태도로 사는 것이 잘사는 길이라고 합리화했는지 모른다. 이제는 생명으로부터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니 내가 살아 있음이 분명하다. 조화순 목사가 고맙고, 베란다에서 묵묵히 한 떨기 꽃을 피워낸 화초가 고맙다.      


ⓒ 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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