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관점의 지당하신 말씀으로 종이를 낭비하는 책은 킬링 타임을 넘어 지구 자원을 파괴하는 범죄 행위다.”
(정희진 지음, 「정희진처럼 읽기」, 교양인, 2014, 21쪽)
두 달여 전쯤, 나는 은퇴 후의 소회와 생각을 담은 글들을 엮어 첫 브런치북을 냈다. 종이책은 아니었지만 쓸 수 있어서 좋았고, 해냈다 싶어 뿌듯했다. 반평생 연구직에 몸담았던 터라 내게 글쓰기는 일상 같은 것이었지만 개인적인 글을 공개리에 써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책장에 꽂혀있던 정희진의 책 한 권을 뽑아 읽다 작가의 서슬 퍼런 죽비와 마주했다. 이미 내 논 브런치북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진부’한 관점에 ‘지당’한 표현들이 너무 많았다. 부끄러웠다. 김탁환 작가의 가르침을 새겨, 수많은 풍경 중에서 나만의 풍경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태도로 쓰려했는데,* 한마디로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만의 풍경을 제대로 발견하고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뻔뻔하게 쓸 거다. 나를 표현하고 싶어서, 내가 발견한 걸 말하고 싶어서다. 글 벗님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 김탁환 지음, 「아비 그리울 때 보라」, 난다, 2015, 67~68쪽
ⓒ 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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