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마음이 알아서 마음이 가면 마음이 옵니다.”
(김용택 지음,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테라코타, 2022, 39쪽)
느긋한 오전. 차 한잔 내려 마시며 컴퓨터 모니터로 뉴스를 찾아보는데 불현듯 덧없는 마음이 스며든다. 마우스를 놓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봤다. 습기 먹은 더위에 나뭇잎들마저 무겁다.
심란해 거실로 넘어갔다. 어제의 지방 나들이가 힘들었는지 아내는 TV를 켜놓은 채 흔들의자에 앉아 자고 있다. 내려준 차 한 잔을 반쯤 남기고.
깨울까 말까 망설이길 수 초(秒). 그냥 돌아서는데 뒤에서 ‘왜?’ 한다. ‘그냥~ 뭐하나 싶어서…’ 했다. 아내가 묘하게 쳐다본다. 잠시 뜸을 들이다 언제 졸았나 싶게 밝은 목소리로 ‘점심 뭐 해서 먹을까? 날씨도 꿀꿀한데 우리 간만에 오이 넣고 비빔국수나 해 먹을까?’ 한다.
아내가 내 마음을 훔쳐본 걸까. 비빔국수라는 말에 휑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나는 ‘비빔국수 좋지!’하고 기분 나게 맞장구쳤다.
ⓒ 정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