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도 젊음 못지않게 즐겁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장작불이 잦아들어 잉걸불이 되었을 때, 조용히, 침착하게, 은근히 사위어가는 불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현기영 지음,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다산북스, 2016, 16쪽)
거울 안에 볼품없는 늙은 사내가 서 있다. 주름지고 거뭇거뭇한 얼굴. 산들바람에도 힘없이 날리는 반백의 머리카락. 가는 팔뚝에 볼록한 배, 그리고 짧고 부실한 다리. 눈을 씻고 봐도 이쁜 구석이 없다.
작가의 문장 때문에 혹시나 해서 마음을 내어 다시 봤다. 반전이다.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니!
돋보기안경 너머로 책을 읽어내는 눈빛이 아름답다. 글을 쓰려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의 머뭇대는 움직임이 아름답다. 세월의 무게에 버티다 쪼그라든 어깨가 아름답다. 집안일을 도우려는 모든 서툰 몸짓이 아름답다. 남과 견주지 않으려 하고 생(生)의 끝을 생각하며 소소한 일에 감사하는 태도가 아름답다. 그렇게 보아주는 내 마음이 이쁘다.
ⓒ 정승주